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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원은 해고, 3000원은 OK"?…해고당할 잘못이란?

[the L] [Law&Life-해고될 잘못①] '사회통념' 해석 두고 법원마다 엇갈린 판결…판사도 전문성 키워야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입사 후 17년 동안 운송수입금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적은 금액인 점, 해고는 가장 중한 징계인 점, 운전기사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계식 현금관리기를 설치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전주지방법원)


“운전기사로 근무하면서 운송수입금과 관련해 징계처분을 받은 적이 없고 횡령액이 소액이라도 운송수입금 횡령행위는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해고는 정당하다.”(광주고등법원)


일명 ‘버스 기사 2400원 해고’ 사건의 1, 2심 판결 내용이다. ‘버스요금으로 받은 2400원을 회사에 납입하지 않았다’는 같은 사건을 두고 두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해고 여부를 가른 근거는 ‘사회 통념’이다. 1심은 버스 기사의 행동이 ‘사회 통념상 해고당할 정도는 아니다’고 봤지만, 2심은 ‘사회 통념상 해고 당할만하다’고 봤다. 해고 여부를 결정한 것은 결국 ‘사회통념’에 대한 두 법원의 다른 판단이었던 셈이다. 판사는 ‘사회통념’을 어떻게 결정할까.


◇해고 판결은 ‘복불복’? = 회사는 단체협약을 근거로 해고를 했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운전원의 운송수입금 착복’은 해고 사유다. 하지만 법원은 ‘해고 사유가 인정돼도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을 때’ 정당성을 인정한다. ‘사회 통념상 해고사유’ 여부는 사업 성격과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직무,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과거의 근무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문제는 ‘사회 통념’에 대한 해석이다. 판사가 생각하는 ‘사회 통념’이 어떤가에 따라 결과는 뒤바뀐다. 누군가는 해고를 당하고 누군가는 회사에 남는다.


‘2400원 해고’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2013년 버스 기사 A씨는 현금으로 받은 요금 3000원을 회사에 납입하지 않아 해고를 당했다. A씨는 “깜빡해서 납입하지 못한 것 뿐”이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승차 요금이 누락 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고 회사에 즉시 알렸어야 했는데 알리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단순 착오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해고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해고 부당 판단을 내렸다. ‘2400원’ 사건과 ‘3000원’ 사건에서 모두 법원은 고의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게 ‘해고될 정도’인지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노동위원회부터 법원까지 ‘다섯 번’ 달라지는 판단 = 노동위원회까지 넓혀보면 더 복잡해진다. 노사 분쟁이 있을 때 근로자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소송까지 고려하면 총 다섯 차례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셈인데, 문제는 그때마다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07년 은행 직원 B씨는 손님이 준 50만원짜리 수표를 받고도 입금을 안 했다. 대신 자신의 현금을 손님 계좌에 입금하고 수표는 보관을 하고 있다가 걸려 징계면직을 당했다. B씨는 돈을 횡령한 것도 아닌데 면직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노동위원회는 “소액이고 수표를 현금으로 대체한 것일 뿐인데 징계가 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은행원의 청렴성과 윤리의식 등을 고려해 과한 처분이 아니라며 노동위원회 판단을 뒤집었다.


지난 2007년 3차례 지각을 했다가 직위해제 징계를 받은 수간호사 역시 노동위원회에서는 지각시간이 짧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징계가 과하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일반 간호사보다 수간호사에게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며 징계 수준이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노동사건, 판사 전문성 높여야 = 이처럼 판단이 엇갈리는 이유는 ‘사회 통념’이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판사는 “결국 판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판단할 순 없지만 비판의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노동 사건 전문 변호사 역시 “판사도 사람이다 보니 같은 증거를 두고도 판단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통념은 징계의 정당성을 법원이 판단하기 위해 나름 구체화 시킨 요건”이라며 “워낙 사건이 다양해 일률적인 기준을 만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이 정당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기준이 ‘사회 통념’이라는 설명이다. 단순히 단체 협약 등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오히려 근로자의 사정이나 사건 정황 등이 고려되지 않아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노동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판사가 종합적으로 사건을 살피고 판단하도록 만든 기준이 ‘사회 통념’인 셈이다. 결국 판사가 노동 사건을 얼마나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췄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노동 전문 법원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장인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 현장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노동 전문 변호사도 직접 가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노동전담 재판부의 경우 갓 부임한 판사와 오랜 시간 노동 사건을 맡은 판사의 판단은 같은 사건이라도 다르다. 결국 현장의 이해도에 따른 것”이라며 “판사들 역시 다양한 사건을 접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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