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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결혼하면…" 막말에 상처받는 변호사들

[the L][서초동살롱]'종근당 막말' 사건으로 돌아본 변호사들의 실태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A변호사는 최근 법정에서 판사에게 무안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사건 특성상 전문용어가 다수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재판을 진행 중이었는데요. 판사가 용어를 못 알아듣겠다며 A변호사에게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A변호사가 시킨 대로 한창 설명하는데, 판사가 갑자기 빈정댑니다. "말씀 짧게 하는 법 좀 배우셔야겠어요." 설명 때문에 재판이 늘어진다고 짜증을 낸 것이죠.

A변호사는 "하라고 해서 기껏 설명했더니 내가 자기 아랫사람인 것처럼 말하더라"라며 "소법정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은 자리였는데 매우 불쾌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불쾌감을 숨겨야 했다"며 "어쨌든 사건 판단은 판사가 하는데 괜한 '트러블'을 만들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최근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막말'과 '갑질'이 또 다시 이슈가 됐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변호사들도 "남 일 같지 않다"고 하는데요. 어딜 가나 막말과 갑질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라고 합니다. 한 변호사는 "이 회장처럼 육두문자를 붙이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변호사들이 당하는 갑질도 만만치 않다"며 "고상한 말투로 비꼬거나 비위를 상하게 할 때면 정말 관둬버리고 싶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대한변협이 펴낸 2016년 법관, 검사 평가 사례집과 2016년 여성변호사 채용 및 근무실태조사 결과, 그리고 변호사들이 말하는 실제 사례를 보면 다양한 갑질 행태를 찾을 수 있는데요. 휴가로 하루 자리를 비우자 "변호사가 보고도 없이 쉬느냐"며 싸움을 거는 의뢰인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건을 담당하는 다른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여성이 상사에게 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판사한테 미인계를 써 봐라" 같은 성적 농담을 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기쁨조' 역할을 시키는 건 흔한 일이라고 합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집에서 장녀냐. 왜 이렇게 싹싹하지 않느냐"며 핀잔을 주는 일도 다반사죠. 대표 변호사가 "미인이니까 나랑 같이 사건 수임이나 하러 다니자"면서 손을 잡는가 하면, "여자는 임신하면 멍청해진다", "기혼녀니까 강간 사건을 맡아라" 같은 입에 담기도 힘든 발언과 지시도 있었다고 합니다.

A변호사의 사례처럼 판·검사로부터 무시당하기도 일쑤라고 하는데요. 일례로 C변호사는 피의자를 변호하기 위해 주말에 검찰청을 찾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검사가 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 검사는 다음날에도 하루 종일 C변호사를 기다리게 하다 저녁 6시가 돼서야 나타났습니다. 그리고선 "영장실질심사는 내일 오전 10시다"라는 말만 하고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C변호사는 "물론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지만 주말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검찰청에서 마냥 기다리기만 한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며 "피의자나 변호인이 검찰에 한없이 '을'이지만 최소한 조사를 할지 말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외에 사건을 심리하면서 "변호사가 이 정도는 예상해야 하지 않느냐. 자격이 있느냐"며 신경질을 내는 '막말 판사' 사례도 있었습니다.

변호사들은 판·검사들이 당연한 듯 갑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중에서도 판사들이 대체로 더 고압적이라고 하는데요. 한 변호사는 "합의부는 좀 덜한 편인데, 단독 재판부는 막말을 하고 '원님재판' 식으로 재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변호사들 사이에서 그런 판사에 대한 소문이 돌기도 하는 걸 보면 개선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선배 변호사들도 고쳐야 할 점이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소개 받고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대표 변호사의 막말 때문에 뛰쳐나왔다는 한 변호사는 "이런 것도 참아야 하는지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말투를 꼬투리잡으면서 무조건적인 친절을 강요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젊은 변호사들을 막 대하거나 착취하는 사례를 신고받고 있는데 (신고가)꽤 들어오고 있다"며 "중복되는 신고 내용이 있으면 검증해서 시정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판·검사들의 인사고과에 변호사들의 평가를 반영하게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김 회장은 "갑질 법관은 법정에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며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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