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왼쪽부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2017.7.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결정 과정에서 핵심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이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 사이에 치열한 논리 공방이 오갔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시급한 현안이라는 특검팀과 김 위원장의 주장에 변호인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지목된 일련의 시도가 승계와 관계없는 경영상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39차 공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 없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김 위원장은 "주식회사의 경영과 합병·분할, 주식 이동 등의 적법성을 따질 때 세부사례를 모두 법으로 적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재량적 판단 여지가 있다"며 "공정거래법 등을 집행할 때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삼성이라도 대통령의 의지가 없다면 안 된다는 걸 삼성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특히 금융위와 공정위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와 관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합병비율을 재산정했어야 했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합병비율을 재산정하기 위해선 합병결의를 취하하고 합병시점을 연기해야 하는데 이미 합병 추진이 예고된 상황에선 공정한 주가가 형성될 수 없는 만큼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공익재단이 이 부회장의 경영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출연금 5000억원을 활용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 규제에 따라 당시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의결권 지분율이 0.34% 수준에 그친다는 변호인단의 지적에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 한달만에 첫 휴가를 내고 관용차 대신 개인 소유 차량을 직접 몰고 법원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가 아니라 한국사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4월7일 첫 공판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재판을 지켜봤다. 특검팀 관계자는 "장관급인 김 위원장에 대한 예우와 증언의 중요성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특검은 신문에 나서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