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55)이 이재용 부회장(49)의 재판에 나가 "지금 방법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없다"며 변호인단과 설전을 벌였다. 변호인 측은 "김 위원장의 주장은 정확한 사실을 모르고 한 추측과 단정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전직 삼성 수뇌부들의 뇌물 사건 재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의 출자구조는 완성되지 않았으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차장, 김종중 전 전략1팀장 등 4명의 '집단 지도' 체제로 운영됐던 것도 경영권 승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김 전 팀장에게 물어보니 '이 부회장의 경영 카리스마가 확립되지 않아 이견이 있을 경우 10건의 결정사항이 있으면 이중 4건은 이 부회장 뜻을 따르고 6건은 참모들의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집단지성으로 운영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 삼성은 이재용 체제의 완성 전이고 이 부회장 스스로도 자신감이 부족해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다"라며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지난 10년간 놀라울 정도로 진척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출자구조의 가장 취약한 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는 부분"이라며 "여러 법률적 문제가 있어 5년 이상 유지될 수가 없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보험운영법상 보험회사는 자산의 3% 이상의 주식을 가질 수 없는데, 삼성생명은 이를 훨씬 넘는 금액만큼을 주식으로 갖고 있다"며 "이는 기준을 시가가 아닌 30년 전 취득가로 평가해주는 감독 규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국제표준은 시가로 평가하게 돼 있으며, 시가로 평가하는 순간 이 지배구조는 유지될 수가 없다"며 "IMF도 권고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했기 때문에 국제표준이 들어오는 순간 삼성이 더 유지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의 승계구조가 이미 끝났다고 하는 건 우리 법 제도와 국제표준 변화 추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며 "현재 구조가 유지되는 동안 이 부회장은 우리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CEO가 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두고 변호인단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 측은 "2000년도 이후 삼성 쪽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금융지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정당한 경영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제 전공이 금융"이라며 "그 목적이 있었다는 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게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이 "전 반대로 이 목적이 99%였다고 본다"라면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주주총회 같은 절차는 미전실의 판단을 전제로 한 후속 작업일 뿐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진술이 끝난 후 삼성 변호인단은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나와 증언했지만 증거가치는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은 정확한 사실도 모르면서 추측과 단정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오늘 김 위원장이 말한 것은 시민운동가이자 학자로서 이상적인 부분을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은 사실상 이미 완료됐다"며 "김 위원장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경영권 승계 프레임'은 객관적 사실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