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화장품 제조 회사들에게 '화장품별 원료 및 성분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통 중인 화장품에 '전 성분 정보'가 표시돼있더라도 각 화장품 회사에서 이를 정리한 데이터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라서 공개하라고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

서울행정법원 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화장품회사 18곳과 대한화장품협회가 식약처를 상대로 "화장품별 원료 및 성분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9월 김모씨는 화장품 수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에게 한국화장품의 안전성을 알릴 목적으로 식약처에 화장품별 원료 및 성분 데이터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다.

식약처는 정보공개심의회를 열어 공개 결정을 했다. 이미 시중에 유통중인 화장품마다 '전 성분 정보'가 공개돼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화장품회사들은 이에 반발, 소송을 냈다. 법원은 화장품 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행정법원은 "각 화장품 회사들이 사용하는 원료, 원료를 배합하는 경향, 특정원료의 대체 관계 등은 생산기술의 하나로 상당한 노력과 자금을 투자해 얻은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정보 공개로 생기는 이익보다 공개하지 않아 화장품 회사들의 비밀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성분 데이터는 개별 화장품 포장에 기재·표시되는 것에 불과한 전 성분 정보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지니는 별개의 정보로 봐야 한다"며 "개인이 개별 화장품 포장에 기재된 전 성분 정보를 모두 수집해 공개대상 정보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미 공개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