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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자 이메일 리스트 이직 후 쓴 홍보맨 '벌금'

[the L] 기자 3500여명 이메일 주소록 이직 때 가지고 나와 사용…'유죄' 확정

법원 전경 사진

홍보대행사 직원이 기자들의 공개된 이메일 주소를 모은 이른바 '메일링 리스트'를 파일로 갖고 나와 이직 후 사용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메일링 리스트에 대해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판결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형사25단독)은 홍보대행사에서 온라인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던 한모씨가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기자들의 공개된 이메일 주소가 담긴 메일링 리스트 파일을 반환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며업무상 배임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한씨는 2015년까지 한 영화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다 경쟁사로 옮겼다. 한씨는 이전 회사에서 사용하던 메일링 리스트를 이직 후에도 그대로 사용했다. 이 메일링 리스트에는 영화계 출입기자 3500여명의 공개된 이메일 주소가 담겨 있었다.

이를 눈치챈 해당 회사는 한씨를 고소했다. 이 회사는 메일링 리스트에 별도의 이메일 주소 5개를 몰래 넣어두고 메일링 리스트가 유출될 경우 사용자를 알 수 있도록 해 놨었다.

검찰은 해당 파일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를 반출해 3개월간 사용했다며 한씨를 업무상 배임죄로 벌금(약식명령)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한씨는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기자들의 공개된 이메일 주소를 모은 메일링리스트가 재산상 가치를 지니는지 여부였다. 한씨는 해당 파일이 누구나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기자들의 이메일을 모아놓은 주소록에 불과하고, 회사가 특별히 재산상 손해를 본 일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한씨가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메일링 리스트 파일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돼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이를 입수할 수 없고, 보유자가 자료 취득이나 개발을 통해 상당한 시간이나 노력을 들인 만큼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업상 주요자산'이라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기자의 일부 연락처가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러한 정보를 선별 정리해 관리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들어갔다"며 "한씨가 이직한 경쟁 회사는 파일을 이용해 영화홍보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법원은 또 "해당 파일이 업무상 주요한 자산으로 피고인이 경쟁업체로 이직하면서 업무에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도 피고인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 회사에게 재산상 실해의 위험이 초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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