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스1

왕십리뉴타운 2구역에서 지체상금(공사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놓고 벌어진 분쟁이 시공사 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왕십리뉴타운 제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시공사 측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공사 측은 조합 측이 청구한 돈을 줄 필요가 없게 됐다.

왕십리뉴타운 제2구역의 공사기간은 착공 신고일로부터 34개월로 계약돼 있었고, 이 기간 내에 공사를 완공하지 못한 때에는 지체상금을 부담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공사가 지연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두고 조합 측과 시공사 측에서 이견이 발생했다.

조합 측은 착공신고일인 2010년 10월13일을 기준으로 2013년 8월13일까지 공사를 완료해야 하는데도 시공사가 197일간 공사를 지체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지체상금을 달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시공사 측에서는 실제 2010년 12월2일 착공했고, 2011년 2월부터 약 5개월간 공사 중단이 있었으나 2011년 6월 서로 합의를 통해 협약을 맺어 공사기간을 순연하기로 했다며 기간 내에 공사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부동산 경기 변화로 인한 분양시장 저조 등의 사정변경이 발생했고 사업비 증가 및 대출 사업비에 대한 이자를 부담할 위험을 안고 있어 신속한 공사재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었다”며 “공사기간을 예정돼 있던 34개월에서 중단기간 5개월을 포함한 39개월로 연장하는 것으로 협약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며 시공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조합 측은 합의에 따른 공사계약의 변경 계약이나 이를 승인하는 조합원총회결의가 없었기 때문에 협약은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기존에 약정한 34개월의 공사기간은 유지하면서 시공사측의 귀책 사유가 아닌 사유로 인해 실질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경과해 버린 5개월만큼 순연하되 그 기간 동안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무이자 이주비 금융비용을 시공사측이 부담하는 내용의 협약은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어서 총회의 결의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시공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