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사진=뉴스1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바탕으로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2)이 2심에서 징역 9년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영)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고 전 사장과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우조선 CFO(최고재무책임자) 김갑중 전 부사장(62)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분식회계로 주가에 영향을 미쳐 다수의 주주들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히고, 공적 자금이 투입됨에 따라 그 손해를 국민이 부담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을 엄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의 혐의 일부가 무죄로 판단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덜어줬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이 2심 과정에서 대표로 재직할 때 받은 성과급을 반환한 점, 이들이 사기적 부정 거래로 얻은 이익을 사적으로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고 전 사장과 김 전 부사장은 대우조선에 재직하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5조7000억여원 상당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조선경기 불황 등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는데도 매출액을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이같은 허위 재무제표를 활용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조9000억원대 사기 대출을 받고 10조원대 선수금 환급보증을 받는 등 총 21조3000억원대 사기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고 전 사장은 분식회계를 통해 조작한 성과를 토대로 자신을 포함한 임직원에게 총 4960억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지난 1월 "이들의 범행은 금융기관, 주주, 투자자 등 기업과 거래를 하는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기업을 신뢰할 수 없게 해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거래를 위축시켜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고 전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김 전 부사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