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스1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47)씨의 특수강도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스리랑카 국적 K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8일 확정했다.

1심 재판부는 무면허 운전과 20대 술집 여종업원을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준법운전 및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령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K씨는 1998년 10월16일 밤 대구 달서구 마트 앞 길가에서 술을 마시다 술에 취한 피해자 정모양을 구마고속도로 굴다리로 끌고 가 스리랑카인 동료 2명과 차례로 성폭행하고 가방 안에 있던 학생증과 책, 현금 등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특수강도강간 행위가 있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K씨의 특수강도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양의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DNA가 K씨의 DNA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감정서의 기재는 강간 혐의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특수강도강간의 사실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검찰 측에서 항소심에서 새롭게 내세운 증인의 진술에 대해서는 “오래 전 들은 이야기를 비록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증인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각각 다르게 진술한 점, 1심에서 나온 법정 진술과 모순된 부분이 있는 점 등이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며 “새로운 증인의 진술이 원진술자가 법정에 설 수 없을 경우 형사소송법에서 예외로 규정한 '특별히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상태'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정양은 1998년 10월17일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구마고속도로에서 24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의 속옷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내렸다.

정양의 아버지가 재수사를 요청, 검찰은 2013년 9월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K씨를 찾아냈다. 다만 K씨의 법적 처벌이 이뤄지려면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가 인정돼야만 했다. 그러나 결국 K씨의 특수강도강간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