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8일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지난 17일 구인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가 불출석을 예상하고 미리 절차를 밟아놓은 셈이다. 

특검 측은 박 전 대통령을 강제구인해 법정에 나오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구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역시 여러차례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박 전 대통령에게 구인장을 발부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구인장 집행은 무산됐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박 전 대통령은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신 측근인 최순실씨(61) 등을 통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과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 면담을 할 때 부정한 청탁과 뇌물을 주겠다는 의사를 서로 확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자,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자인 만큼 각자의 재판에서 서로의 증언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청와대에서 박근혜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공개하면서 의혹은 더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메모에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며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 정부 차원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돕는 방안이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