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청구권 등 검찰의 수사권 일부를 경찰로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이르면 연내 마련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올해 중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도 추진된다. 그러나 국회의 헌법 개정과 법률 제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 등 변수가 적지 않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모두 검찰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사실상의 '검찰개혁' 방안이다.

국정기획위는 동시에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과 인권친화적 경찰개혁도 정부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법률 제·개정이 연내 추진된다. 내년 시범 운영 후 2019년 전면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권친화적 경찰의 실현을 위한 경찰위원회 실질화, 경찰진압장비(물대포 등) 사용 요건 법규화, 인권영향평가제 실시 등도 계획에 포함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경찰에 독립된 수사권을 보장하고 검찰에는 원칙적으로 기소권만 부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경 사이에 견제·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수사권을 조정할 것"이라며 "검찰에는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부여할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의 경우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넘기는 내용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개헌 이슈와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경찰 입장에선 영장청구권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수사권 행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헌법 제12조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영장청구권을 검찰에서 경찰로 넘기려면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이 안건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만 의결된다.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 하는 절차도 밟아야 한다.

공수처 설치는 관련 법률 제정이 전제조건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정치인 등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비위를 전담 수사하는 기구로, 공수처가 신설될 경우 검찰로선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국회에는 이미 3건의 공수처 설립 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여전히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문제는 현재 법사위 소속의원 17명 가운데 검사 출신이 7명이 달한다는 점이다. 검찰 조직에 우호적인 검사 출신 의원들이 공수처 설립 법안의 통과를 용인할지 미지수다.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모두 검찰 조직의 반발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일선검사는 "검찰이 경찰이 던진 사건을 단순히 뒤치닥꺼리하는 식의 구조로 만들 경우 검사들이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