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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다 사고를 당한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부상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공무원 A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줄 수 없다고 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출근길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직장으로 향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A씨는 공무원연금법 제35조와 같은 법 시행력 제2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공단에 공무상 요양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조항들에 따르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은 공무상 부상으로 인정되며 공무상 요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단은 A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직장이 집에서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A씨는 20km나 떨어진 친정집 근처 어린이집을 들르던 길이었다"며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상적인 출근 경로를 벗어나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어린이집에 들른 뒤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와 공무원인 남편의 직장 모두 어린이집이 설치돼 있지 않았던 점 △시부모 모두 건강이 좋지 않아 A씨가 친정 쪽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던 점 △남편 직장은 친정과 반대방향이었던 데다 출근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점 등을 감안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가 돌보미를 고용할 수도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긴 하지만 육아의 방식은 다양하고 최고라는 것은 없다"며 "A씨와 같은 양육방식은 조부모들이 손자를 봐줄 수 있고, 출퇴근에 큰 지장이 없는 경우라면 일반 맞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출근하려면 자녀들을 친정 쪽에 맡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며 "교통상황 등을 봤을 때 A씨의 이동시간은 약 30분 내외에 불과해 일반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과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A씨에게 공무상 부상을 인정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성 보호와 여성고용을 촉진하고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며 "A씨의 경우를 '통상적인 경로'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봐야하는 이상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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