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내게 이메일로 해고 통지를 보냈다면, 그리고 해고 이유가 납득할 수 없도록 '두루뭉술하게' 적혀 있다면 적법한 해고일까요.

2007년부터 중소기업 A사에서 일해온 김갑갑씨(가명)는 올해 난데없이 인사팀으로부터 해고를 통보하는 이메일을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김씨에게 해고와 관련해 아무런 소명 절차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메일 해고통지서에도 단순히 '김씨의 업무방식이 회사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추상적인 내용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해고사유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회사에서 징계를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황당해진 김씨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원직복직에 이르는 기간 동안의 임금지급을 함께 요구했습니다.

이 소송에서는 △이메일에 의한 통지를 서면 통지로 인정해 적법한 방식의 해고 방식으로 볼 수 있는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하는데(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위와 같은 해고사유의 통지는 정당한지가 쟁점으로 부각됐습니다.

◇이메일 해고통지, 요건 갖추면 적법

대법원은 최근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2015두41401)에서 아래와 요건와 갖춘 이메일 통지는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 요건은 △이메일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의 해고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을 것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을 것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그 내용을 알고 있을 것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일 것 등입니다.

◇해고사유,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정당

대법원은 또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중략),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해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2011다42324)고 판시했습니다.

나아가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며(2012다100760), 이때 해고의 실체적,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견해입니다.

위의 사례에선 회사 측이 김씨의 해고사유에 대해 아무런 입증을 하지 못했고, 결국 조정으로 가게 됐습니다. 대법원 법리대로라면 김씨를 원직 복직시키고 해당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지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회사측은 조정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원직 복직을 원하지 않았고, 결국 회사가 김씨에게 해당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 및 별도의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이 이뤄졌습니다.

SOS노동 팁= 이정선 법률사무소 재율 변호사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빈번하다"며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해고통지를 받고 무단결근을 하는 등 감정적 반응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우선 해고통지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의 요건을 구비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