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1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받은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66)에게 금고 3년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원회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62)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형벌이지만 노역을 하지 않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밖에 박모 전 롯데마트 상품2부문장(60) 등 롯데마트 관계자 2명은 각각 금고 4년에서 금고 2년6개월로 감형받았다. 롯데마트 제품 컨설팅을 맡았던 데이먼사 관계자 조모씨(43)와, 롯데마트 등에서 하청을 받아 제품을 만든 용마산업 대표 김모씨(50)는 각각 금고 3년과 금고 4년에서, 금고 2년6개월과 금고 3년으로 형이 줄었다.

홈플러스 법인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억5000만원이 선고됐고, 이모 전 홈플러스 법규관리팀장(51) 등 2명은 징역 5년에서 징역 4년으로, 금고 4년에서 금고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사고를 미리 예측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반 소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이 안전한지 의문을 제기했던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은 적절한 지시나 경고 없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살균제 성분이 채내에서 독성 반응을 일으켜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판매한 자체 상품의 경우, 단순 유통업자로서의 주의 의무보다 더 높은 주의 의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들이 수익에 급급했던 나머지 소비자의 안전을 외면하고 강한 흡입독성이 있는 원료 물질로 살균제 상품을 판매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며 "그 결과 제품 광고를 믿고 살균제를 사용한 다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중한 상해를 입는 끔찍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살균제 원료 물질에 심각한 위험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은 데에는 제도적 미비나 기존 제품의 판매와 사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상당수 피해자와 합의에 이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2006년, 홈플러스는 2004년 각각 옥시 제품을 모방한 PB 상품을 개발해 판매했다. 노 전 대표와 김 전 본부장 등 회사 관계자들은 상품 개발·판매 과정에서 제품 안전성 검증을 소홀히 해 소비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폐 질환을 유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은 제품이 인체에 무해 하다는 허위·과장광고를 한 혐의도 받았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69)는 지난달 2심에서 징역 6년으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추가 사망자가 얼마나 생길지 모르는 초유의 비극적 사태"라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보상에 적극 노력을 기울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 전 대표는 1심에서는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신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옥시의 존 리 전 대표는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존 리 전 대표에 대해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와 거짓 광고표시를 보고받지 못했다"며 "이 점에 관한 검사의 수사나 입증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