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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교수가 성폭행" 인터넷에 올리면 명예훼손?

[the L] '비방할 목적·공익 목적' 여부에 따라 달라져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인터넷 게시판에 "대학교수가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글을 올리면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만약 실명까지 드러내 거론했다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명예훼손 여부는 갈린다.

A여성단체는 국립대 교수 B씨가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사건이 알려지자 'B교수에 의한 제자 성추행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같은 글은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단체 소식지에도 실려 각 시민단체 등에 배부됐다. 글에는 교수의 실명과 구체적인 추행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B씨는 A단체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A단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을 뿐 비방의 목적은 없었기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각종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명예훼손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학내 성폭행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학내 성폭행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2003도2137)

재판부에 따르면 형법 제310조에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것은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한다.

형법 제310조는 명예훼손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처벌하지 않도록 한다. 재판부는 "국민의 알권리와 다양한 사상,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라며 "개인의 명예 보호와 언론의 자유 보장이라는 두 기본권을 비교·형량해 개인에 대한 공정한 비판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 이같은 조항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지는 △공인인지 여부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안으로 여론형성, 공개토론에 기여하는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라디오, 기타 출판물 등에 사실을 적시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성립된다. '비방할 목적'이라는 전제가 필요한데, 해를 끼치겠다는 의사나 목적 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런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였다면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국립대 교수는 공인이라는 점 △학내 성폭력은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공적 사안이라는 점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강하고 사적 영역이라 볼 수 없는 점 △피해자는 스스로 강제추행을 저질러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점 △모욕적인 표현은 없고 진실과 요구사항을 적시할 뿐인 점 등을 고려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련조항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09조(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 제307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방법으로 제307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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