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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을 바꾸면 '기부'가 늘어난다?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최근 기부금 공제방식을 세액공제에서 종전의 소득공제로 환원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위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로 2013년 말 세법개정으로 기부금 공제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뀜에 따라 고소득 기부자들의 세제혜택이 줄어 기부금액뿐만 아니라 기부 의식 및 문화 자체가 후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금은 소득액, 즉 과세표준에 일정 세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여기서 소득공제는 세율을 곱하기 전에 소득액 중 일정액을 빼주는 것을 말한다. 반면, 세액공제란 소득액에 세율을 곱하여 세액을 산출한 후 그 산출세액에서 일정액을 공제하여 납부할 세액을 산정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말 정부는 직장인의 연말정산 특별공제의 주된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방식으로 바뀐 특별공제 항목에는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연금저축 등과 함께 기부금도 포함되었다. 즉, 종전에는 직장인의 과세표준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기부금을 소득액에서 공제해 왔는데, 2013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산출세액에서 기부금의 15%를 공제하는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처럼 기부금의 세액공제율이 15%로 정해지면서 소득세율이 15% 이하인 납세자는 종전과 동일한 금액을 기부하더라도 세부담에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세금 부담이 줄어 드는 반면, 소득세율이 15%를 상회하는 고소득자의 경우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처럼 기부금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고소득자의 기부에 대한 세제혜택이 줄게 되어 기부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맞서왔다.

아직까지 정부는 기부금이 경기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세액공제로의 전환이 기부금액과 인원을 감소시켰다는 시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소득공제로 환원한다고 하여 기부금액이 증가하리라고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5월 기부행위가 세제상 혜택보다는 심리적 동기나 경제적 형편에 좌우된다는 납세자들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소득세는 누진세 체계로서 소득이 많을수록 더욱 고율로 세액을 산출한다. 그런데 일정 비율에 의한 세액공제방식에서는 기부자의 소득수준 및 이에 대한 세율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누가 기부를 하더라도 금액만 같으면 공제되는 세액이 동일하게 되어 누진세 체계에 맞지 않는다. 고소득자들로서는 기부의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존의 소득공제방식이 상대적으로 저소득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조세형평 제고차원에서 세액공제방식으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설명하였으나, 납부할 세금에 누진율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기부에 따른 공제세액 계산에서 누진율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과세형평에 반하는 것이다.

세액공제방식으로의 전환이 국민들의 기부의욕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실제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국세청이 기부금 신고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신고된 기부금액이 매년 증가해 왔으나, 2015년부터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기부금 신고자도 2013년에 약 88만명 수준으로 2006년의 두 배 수준까지 증가하였다가 그 후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소득세 신고대상자 대비 기부금 신고비율 역시 같은 추세이다.

2013년 개정된 소득세법은 세액공제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고액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기부금이 3,000만원을 넘으면 25%를 세액공제하는 우대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기부문화를 장려하고 납세자들 사이의 형평성 논란도 불식시키기 위해 2016년부터는 2,000만원이 넘는 기부금에 30%의 세액공제를 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연간 2,000만원 넘게 기부한다는 것은 대다수의 납세자들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므로, 이러한 개정만으로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기부를 늘리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완전한 누진율 적용이 아닌 이상 과세형평의 측면에서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

기부금은 사회취약계층을 돕는 등 국가재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감당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기부금은 많을수록 좋다. 아무리 선의로 기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세제측면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하는데 흔쾌하게 기부를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기부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소득자의 기부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전의 소득공제방식으로 환원시킬 필요가 있고 이것이 누진세 체계에서 과세형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부금 공제방식을 종전의 소득공제로 환원하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노력은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김용택 변호사는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각종 소득세, 법인세 관련 사건 외에도, 자본거래 관련 증여세, 금괴 도매업체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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