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연대 대표(왼쪽)가 지난달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편지가 적힌 종이배와 장애인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100만 서명운동 서명지를 건네고 있다./사진=뉴스1

"5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한 약속이 공약으로 논의되고 실천되는 모습을 보면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난 5년동안 정부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멈출 수가 없었죠."

5년간의 광화문 지하도역 노숙농성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말했다. 박 대표가 인권단체들과 함께 광화문 농성을 시작한 것은 이명박정부 시절. 두 번의 정권이 바뀌는 동안 농성장 안에는 장애인 18명의 영정 사진이 걸렸다. 부양의무제 기준에 걸려서 죽음을 택한 이, 장애등급제때문에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해 세상을 뜬 이도 있다.

광화문 농성을 시작한 것은 2012년이지만, 그 전에도 장애인 단체들은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했다. 갑자기 시작된 농성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다하다 안돼 선택한 광화문 농성인데다 농성 중에도 장애인들이 죽어가는데 멈출 수는 없었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했던 박근혜정부는 막상 정권이 시작되자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장애인을 부정수급자로 몰았어요. 함께 논의하자며 위원회를 만들어놓고 나중에는 장애인들을 뺀 실행위원회를 따로 만들어 대화 상대에서 아예 배제했죠.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말하니 복지부 관계자가 중증 장애인은 시설로 들어가면되지 왜 지역사회에서 살려고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지난 정권 장애인의 삶은 오히려 더 후퇴했어요."

박 대표는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농성 중 '도와달라'는 이들의 말에 '왜 도와야 하느냐'는 시민도 있었다. 박 대표는 장애인과 빈곤층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65세 이상이 장애 인구의 절반을 넘어요. 결국 늙으면 장애를 갖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에 있는거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부모와 자식의 문제에요. 내가 잘나서 부모를 부양할 수 있고, 내 자식이 잘 나서 부양을 받을 수 있으면 되는 걸까요. 공동체 안에서 국가가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결국 우리 모두의 일인 거죠. 버티다 못해 가족이 함께 죽음을 택하는 가족들이 나오잖아요. 모든 부담을 가족과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얼마나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박 대표는 "농성은 끝나지만 투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농성을 마치지만 정부가 약속을 지키는지, 제대로 지키는지를 감시할 차례다.

"아직 이뤄진 것은 없어요. 아직 부양의무제도 장애등급제도 폐지되지 않았잖아요. 믿음을 갖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소통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앞으로 지켜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