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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호형' 못하는 홍길동, 아버지 재산 상속받을 수 있나

[the L] [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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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 고아라, 김성균, 조성희 감독(왼쪽부터)이 지난해 4월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언론시사회에서 흥행을 기원하는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사건 해결률 99%, 악당보다 더 악명 높은 탐정 홍길동이 잃어버린 20년 전 기억 속 원수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나섰다가 거대 조직 광은회의 음모를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해 5월 개봉했다. /사진제공=뉴스1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름 홍길동, 한때는 관공서의 견본 서식에 단골로 등장했으며 어릴 때 동화 또는 소설로 반드시 보게 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은 조선의 세종대왕 시절에, 판서 벼슬을 하는 양반 홍문과 노비(奴婢)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즉, 이 홍문이라는 분은 본처가 있는데도, 노비와 관계를 맺어 애를 낳은 것입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름도 대충 지은 느낌입니다. 아버지의 성인 홍(洪)씨에 ‘길한 아이, 좋은 아이’라는 뜻의 길동(吉童)을 성의 없이 갖다 붙였습니다. 

당시 시대는 본처가 낳은 자식인 적자(嫡子)와 첩이 낳은 자식인 서자(庶子)를 엄격히 차별했습니다. 그래서 홍길동 하면 누구나 기억하는 문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가 등장합니다. 소설 말미에 가면, 홍길동의 아버지가 마치 큰 선심을 쓰듯이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허락하기는 하지만, 사실 호부호형이 허락된다고 해도 홍길동의 신분은 크게 바뀔 것이 없습니다. 

홍길동의 법률상 신분은 혼인외출생자(婚姻外出生子)입니다. 줄여서 혼외자라고도 합니다. 이 혼외자에 대한 차별은 우리나라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유럽, 일본 등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있었습니다. 

본처의 자식들이 혼외자를 차별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상속’의 문제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혼외자 때문에 내가 받아야할 재산이 줄어드는 것이 싫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혼외자에 대한 차별은 상속부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적 빨리 이 상속분에 있어서의 적서차별(嫡庶差別)을 철폐했습니다. 1960년에 우리 민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서출(庶出)자녀는 적출(嫡出)자녀의 절반을 상속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관습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민법이 시행된 이후, 일단 자식으로 인정된 이후에는 혼외자도 상속에 대해 차별을 받지는 않습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최근에야 혼외자에 대한 상속제한이 없어졌습니다. 일본 민법에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 간에 태어난 아이의 상속분을 결혼한 부부의 자식의 절반으로 한다'라는 규정이 최근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2013년 9월 일본최고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려 혼외자와 혼인중의 자식이 상속분이 동일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하여 50년 이상 늦은 차별 철폐입니다. 

그러면 홍길동이 아버지 홍문의 재산을 상속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아버지의 자식이라고 ‘법률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를 인지(認知)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 사람이 내 자식이 맞다’는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홍문 씨가 홍길동을 자식으로 인정하려면 간단합니다. 구청에 가서 인지신고서를 한 장 접수하면 됩니다. 그러면 홍길동과 홍문씨의 가족 관계 증명서에는 두 사람의 부자관계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 전까지는 홍길동은 홍문 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홍문씨가 단지 홍길동에게 ‘호부호형(呼父呼兄)’만 허락하면 되는 게 아니라, 인지 신고절차를 거쳐야 홍길동을 법률적 자식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만일 홍문씨가 주위의 시선을 꺼려해서 홍길동에 대한 인지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길동은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를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 부터 2년 내에 한하여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64조). 

이 절차에 따라 판결을 받는 다면, 혼외자 홍길동도 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처의 자식들과 동등한 상속권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재산을 본처의 자식들이 이미 나누어 가졌다면, 홍길동은 이 본처의 자식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청구 심판 혹은 유류분을 청구하여 자신의 상속분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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