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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전과 미리 알았더라면…" 데이트 범죄 막을 '법' 있나?

[the L] [Law&Life-사랑 아닌 범죄, 데이트폭력 ②] 영국 '클레어법'·미국 '케이티법'…한국은?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지난 2014년 A씨는 치아가 뽑히고 왼쪽 눈, 두피를 훼손당한 채 병원에 실려왔다. A씨를 폭행한 이는 다름아닌 남자친구 B씨. 법원은 B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B씨는 마약 범죄와 특수절도죄, 폭력범죄로 수 차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 

영국이었다면 A씨는 B씨에게 이런 상황에 처하기 전 B씨의 전과를 조회하고 미리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이른바 '클레어법(가정폭력전과공개제도)'이 있기 때문이다.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다. 남자친구는 이미 과거에 수차례 자신의 파트너를 폭행한 전과가 있었고, 클레어 역시 살해되기 몇 달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서를 찾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클레어는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2014년부터 '클레어 법'을 제정, 시행 중이다. 법은 데이트 상대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또 경찰은 당사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폭행 위험이 있는 상황을 인지했다면 당사자에게 데이트 상대의 폭력 전과를 미리 알려줄 수도 있다. 데이트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관계를 유지할지, 또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다만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지적에 대비해 지역정보공개결정위원회를 구성, 합법성과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일찍이 '데이트 폭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미국에선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최초로 '스토킹금지법'이 만들어졌고 1994년 연방법으로 '여성폭력방지법'이 제정됐다. 법은 스토킹이나 데이트 폭력까지 범죄로 아우르고 있다. 법에 따라 관련 기관은 여성폭력 범죄 통계를 수립하고, 법조인과 경찰 등은 '데이트 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피해자들은 각종 법적·의료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미국 아리조나주에선 2008년 17살 케이티가 헤어진 남자친구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보호명령' 대상을 연인관계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케이티법'을 통과시켰다. 케이티법 제정 전에는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이나 스토킹, 살해 위협을 당하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성희롱접근금지명령'만 가능했다. 그러나 케이티법이 만들어지면서 가해자에게 교정 명령을 내리거나 폭력에 대한 가중처벌도 가능하게 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홍영오 연구위원 등은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데이트 폭력은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들이 연인들 사이 사랑 싸움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에서 벗어나 피해자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는 범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법적 보호장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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