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멋대로 유학가선 돈 달라는 아들…부모가 줘야할까?

[the L]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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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A씨는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미국 내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A씨는 한국에서 별도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학업 때문에 미국에서의 생활이 여의치 않다. A씨는 경제력이 있는 부친에게 손을 벌리기로 생각해서 부친을 상대로 유학생활에 필요한 비용 만큼 부양료 청구소송을 했다.

사례는 얼마 전 선고된 사건이다. 법을 모르는 사람이 딱 봐도 질 것 같은 소송이다. 만일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전국의 부모들은 자식의 유학비용 마련을 위해 집을 팔거나 더 싼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성인 자녀와 부모간에도 법적인 부양의무가 있다

민법에서는 부양의무를 여러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1순위 부양의무는 부부 사이(동거, 별거 불문) 또는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의무이다. 이 의무는 ‘생활유지의무’라고 해서 자신의 생활 수준으로 상대방을 부양해야 할 의무이다. 이와 관련한 소송은 주로 별거 중인 부부 사이에서 발생한다. 

2순위 부양의무는 직계혈족(부모․ 자식 등) 및 그 배우자 사이에서의 의무이다. 이 의무는 ‘생활부조의무’라고 해서 자신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데 상대방이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때에만 상대방에게 부양의무를 진다. 형제자매나 기타 친족은 ‘같이 사는 경우’에만 부양의무가 발생한다. 사례는 2순위 부양의무에 관한 것이다. 판례는 이 경우는 통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부양하면 되고 유학비용은 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결하였다.

부모님이 재혼하신 후 돌아가시면 새어머니, 새아버지에 대해서 어떨까. 계부·모는 법적으로 직계혈족이 아니라 인척이다. 그래서 ‘같이 사는 경우’에만 부양의무가 발생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양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부모와 배우자 중 누가 부양해야 할까. 잘 나갈 때야 내 자식, 내 남편이지만, 한 순간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 있다. 법원은 배우자라고 보았다.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가 1순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가 치료비를 다 냈다? 법원은 일정한 경우 부모가 사위나 며느리를 상대로 자신이 낸 치료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일정한 경우란, 자녀의 배우자에게 부양의무 이행을 청구했는데도 하지 않았거나 청구를 하지 않았어도 상환을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이다.

◇딴 여자랑 살다 20년 만에 나타난 아버지가 "날 부양하라"며 소송, 법원은…

판단이 어려운 경우로는, 자식들이 미성년자일 때는 돌보지 않고, 20여 년간 다른 여자랑 따로 살다가 나이 들어서 자식들에게 자신을 부양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자식들은 자신들의 생모를 오히려 첩으로 만들어 살다가 이제 와서 부양의무를 주장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으로써 억울하여서도 친부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주장이지만, 법원은 “친족관계의 부양의무는 혈연관계에 기초한 부양의 도덕적 의무를 가족법상의 의무로 규정한 것으로서 국민의 국가에 대한 기본적 권리인 생존권을 대체하는 것이므로 노부모가 과거에 미성숙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나 부양권리자가 그 도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그 존부가 달라질 것은 아니고 이는 부양의 정도나 방법을 정하면서 참작함에 그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제천지원 2006. 3. 31. 2005느단140 심판).

형제끼리 부모 부양 부담을 놓고 법정 다툼을 하거나 부모가 직접 자식에게 부양비를 달라고 요구하는 부양료 소송이 늘고 있다.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모를 부양하는 것도 큰 경제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자식이 부모에 대해 부양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집안마다 사정이 다르고 노인빈곤층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까지 결합되면, 부양료 소송을 마냥 콩가루 집안 소송이라고 외면하기도 어렵다. 

[이상훈 변호사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재벌개혁을 하려고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한 후, 노동사회, 언론개혁, 정보공개, 탈핵, 사법개혁, 사회책임투자, 소액주주, 과거사 등 남부럽지 않은 여러 시민운동을 경험하였고, 현재는 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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