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이 거짓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챙겨 금전적 이익을 얻은 경우 무조건 몰수·추징하도록 규정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3항에 대해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위헌 결정이 나오기 위해선 재판관 6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해당 법 조항은 북한이탈주민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해당 법에 따른 보호나 지원을 받아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경우 무조건 몰수 또는 추징하도록 규정돼 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고려는 이뤄지지 않는다.

헌재는 “이 조항의 입법목적은 부정한 방법에 의해 보호대상자로 지정되고 지원을 받는 것을 차단해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위한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라며 “부정하게 수령한 지원금 등을 필요적으로 몰수·추징하지 않으면 보호대상자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거짓 자격을 만들어 보호 및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재는 “급증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을 효율적이고 적합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고 이 조항에 의해 발생하는 북한이탈주민의 경제적 손실이 한정된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지원이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이선애 재판관은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북한이탈주민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지원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으로 필요적 몰수·추징을 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한다”며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이 사건의 피고인은 탈북해 2011년 3월 입국한 뒤 조사받는 과정에서 실제 탈북일자보다 5년 뒤에 탈북했다고 거짓으로 진술, 정부로부터 7회에 걸쳐 각종 지원금을 받아 1심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 및 추징금 2천3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항소심 법원은 해당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