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 개편'을 주제로 한 첫번째 첫 세션에선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 사법분과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황도수 건국대 교수,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가 각각 발제자로 나서 개헌특위가 추진 중인 사법평의회 설치 등 사법부 개혁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황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독점적 사법행정권을 통해 사법부 전체를 지배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된 사법행정기관인 사법평의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교수는 "법원이 정치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법평의회 대안으로 법원과 법관 조직을 탈중앙화해 서열구조를 없애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인 윤남근 한국도산법학회장의 주재로 진행된 토론에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여성변호사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대한변협 부협회장,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 중인 오용규 부장판사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대체로 사법평의회를 도입하더라도 국회가 내놓은 안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협회장은 "재야 법조계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사법평의회 구성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국회의 사법평의회 설치안에서 대통령의 위원 2명에 대한 지명권을 삭제하고 '국회 선출 6인, 법관회의 선출 6인'의 12인의 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AI에 재판 보조 맡기자"

'재판제도 개선'을 주제로 한 두번째 세션에선 판사 출신 변호사 두 명이 법정 안팎에서의 오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재판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해법을 제시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김상준 변호사와 국회 개헌특위 사법분과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성창익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다. 

또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조현욱 더좋은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최영승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한양대 로스쿨 교수), 오용규 부장판사(사법연수원 교수),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성 변호사는 "판사 1인당 인구가 독일은 4000여명 수준이지만 한국은 1만7000여명에 달한다"며 "이 때문에 정작 재판은 마음놓고 말할 틈도 없이 짧게 진행되고 '5분 재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퇴직 법관을 파트타임 법관으로 임명하는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하고 대법관을 늘려 상고심 사건 부담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판사를 늘리는 대신 AI를 재판보조 수단으로 활용해 판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자는 대안도 나왔다. 최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재판에 AI를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며 "중국 최고인민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AI의 도움을 받으면 객관적 추론과 연역에 의한 판결이 가능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이미 AI가 판결문 작성, 보석금 설정, 유무죄 결정 등에 관여하는 등 사법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