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KAI 채용 청탁자들 부른다"…'채용비리'로 수사 확대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가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범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KAI에 채용을 청탁한 인물들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한다. 방위산업 비리 수사가 채용비리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2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최근 KAI 경영진에 채용을 청탁한 인물 수십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만간 해당 인물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하 전 대표 등 KAI 경영진이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차원에서 이들의 자녀를 채용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3일 뇌물공여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하성용 전 KAI 대표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하 전 대표가 구속됐다고 해서 인사 청탁의 경위를 밝히는 일이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필요한 부분, 미뤄뒀던 소환조사 등은 계속될 것이다. 주요 인사청탁자에 대해 적절한 계획을 세워 수사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청탁자 가운데 혐의가 특정되는 공무원에 대해선 뇌물수수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행 판례상 금전이나 성접대 등의 향응 뿐 아니라 지정하는 제3자에게 채용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뇌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은 하 전 대표가 신입공채 지원자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서류 전형에 통과하지 못한 이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해줬다는 혐의를 수사해왔다. 검찰은 KAI 압수수색을 통해 이 회사 이모 본부장이 관리하던 채용청탁 관련 파일을 찾아내 이 중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 15명을 하 전 사장의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부당채용을 의심받는 직원에는 최모 전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고위 공직자의 아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유력인사로부터 취업청탁을 직접 전달받은 뒤 이모 본부장에게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채용비리 혐의로 이 본부장에게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하 전 대표의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 전 대표는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