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부가가치세는 누가 내야 할까?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뉴스1

법대에 입학해 처음 배운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사법체계가 대륙법계의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대륙법계에서는 법규범이 법령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법원의 판례는 특정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판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면 흔히 할리우드 법정 영화에서 변호사들이 예전의 판례 케이스를 들먹이며 변론을 하는 것처럼 영미법계는 판례의 집적을 통해 법규범을 형성해오고 있는 점에서 다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관련 업계 전체가 들썩이는 일이 잦아졌다. 2013년 12월에 선고된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회사의 경영상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근로조건 형성에도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한 것이다.

조세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5월 부가가치세 분야에서 의미 있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 본래 신탁의 법률관계는 대외적으로는 수탁자(흔히 신탁회사) 명의로 특정 재산의 소유권이 이전되지만 내부적으로는 신탁관계에서 발생한 수익의 최종 귀속자가 위탁자이거나 수익자인 관계이다. 

위 판례 사안은 위탁자가 자금이 필요해 신탁회사에 부동산을 담보신탁하고, 대출 금융기관이 그 신탁으로 인한 수익의 최종 귀속자인 구조로 대출금이 변제되지 못하자 환가하는 절차를 거쳐 부동산이 처분된 케이스였다. 

이러한 부동산 처분에 대해 종전 대법원은 위탁자 혹은 수익자를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로 보는 판결을 선고해 왔으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견해를 변경해서 부동산 매매로 인한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가 해당 소송의 당사자도 아니었던 수탁자라고 지목해 버린 것이다. 

사실 대륙법계 사법체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단지 해당 사안에 대한 법원의 개별 판단에 지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신탁이 진행 중인 경우는 물론 이미 종료돼 버린 신탁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실무 현장에서는 대 혼란이 일어났다. 

대법원의 견해가 그러하다는데 그와 달리 업무를 처리했다가는 법원에서 패소할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누가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것인지를 다시 협의하여 신탁계약서에 포함시켜야 하는 문제부터 이미 위탁자나 수익자가 납부한 부가가치세는 유효하게 취급해도 되는지 혹은 납부한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있는지 등등의 문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시원한 대답을 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연 바람직한가? 사람도 변하고 사회도 달라지는데 법원의 판결 또한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법률관계는 물론 미래의 행동양식을 변경시켜야 하는 문제라면 판결보다는 입법을 통하는 것이 정도이다. 입법은 경과규정을 두어 완충지대를 만듦으로써 변화로 인한 혼란을 막을 방도가 있으나, 사법부의 판단은 그러한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보듯이 법해석에 관한 사후적인 사법부의 판단으로 법적용에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규정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가 한발 앞서 나서주기를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조세 관련 쟁송과 세무조사, 행정불복 분야이다.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을 거쳐 조세 및 행정 전문 법원인 서울행정법원판사로 재직했다. 현재 대법원 특별법연구회, 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제 5회 아시아 법제 전문가 회의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