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전 MBC PD /사진=뉴스1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만든 '방송사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인 최승호 전 MBC PD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 "국정원이 나에 대한 전보 조치를 '핵심 성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최 전 PD는 26일 오후 5시쯤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나에 대한 전출은) 결국 국정원이 개입한 것이었다는 점이 문서상 입증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최 전 PD는 "나에 대한 해고 조치도 정말 말이 안되는 것인데, 현재까지 (검찰에) 온 국정원 문서에서는 해고 관련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국정원이 정말로 과거를 반성하는 마음이라면 적극적으로 문서 등을 찾아 이관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PD에 따르면 국정원은 관련 문건에서 최 전 PD의 전출과 방송인 김미화씨의 교체를 '핵심 성과'라고 표현했다. 또 해당 문건에는 'VIP 보고'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최 전 PD는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VIP는 대통령을 지칭한다. 이와 관련, 그는 "검찰에서는 그것이 꼭 (대통령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제작진이었던 최 전 PD는 이명박정부 당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보도를 준비하던 중 비제작 부서로 전출된 뒤 2012년 해고 통보를 받았다. 현재 뉴스타파에서 PD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최근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언론 장악 사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 전 PD는 이날 검찰 조사에 앞서서는 "최종 시나리오 작성자는 결국 이 전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면 어떻게 공영방송사에 그렇게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시 없이 단순히 국정원장이 알아서 했다거나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이런 사람들이 알아서 했다는 것은 정말 듣도보도 못한 거짓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최 전 PD를 상대로 과거 국정원이 방송제작 과정에서 어떤 외압을 행사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정원이 KBS·MBC 등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방송사 간부와 PD 등의 성향을 파악하고 정부 비판 성향 인물들에 대한 인사에 개입한 정황을 담은 문건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이 가운데 정부에 비판적 성향이 강하다고 분류된 이들에 대해 해당 방송사 수뇌부를 통해 압박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TF 조사를 통해 확보한 이 문건을 지난 14일 검찰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 같은 방송사 블랙리스트와 관련, 검찰은 먼저 PD수첩 제작진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날 최 전 PD 외에도 PD수첩을 연출하다 비제작부서로 발령받은 이우환 MBC PD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다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정재홍 전 PD수첩 작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PD는 검찰 조사에 앞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문제의 최종책임자라고 국민들도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작가 역시 "박근혜정부의 비리를 수사하다 이(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 문제가 이명박정부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핵심"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