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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퇴근 후 카톡(메시지) 금지법'은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일부 직장인들은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법을 방패로 퇴근 후 떨어지는 상사의 지시를 모른 척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이 법이 '퇴근 후에는 좀 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법 등 제도적 보완보다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20∼40대 직장인들에게서 퇴근 후 카톡금지법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퇴근 후 카톡금지법, 칼퇴근법 등의 제도적 장치들이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나?
▶(A씨·31세·여·국회 직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근로기준법에 최장 근로시간 규정이 있지만 안 지키는 회사는 전혀 안 지켜지지 않나.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있어도 비싼 밥들 다 얻어먹고 다니지 않나. 상징적 의미는 있겠지만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다.
▶(B씨·36세·남·대기업 근무) 상사가 퇴근 후에 지시를 내렸는데, 법을 내세워서 거부를 한다?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만약에 거부를 한다고 해도 당장 얻는 편함보다 나중에 오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고 본다. 그렇게 배짱있는 회사원이 어디 있을까.
▶(C씨·39세·남·언론사 근무) 예전에 주5일 근무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 우리 회사는 의무 도입 대상이 아닌데도 먼저 토요일 근무를 없앴다. 어차피 그 방향으로 갈 거라면 남들보다 먼저 가자는 취지였다. 부장 등 중간 간부급에서 반발이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경영진이 나서서 지시하니 모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카톡금지법이 도입되면 이런 일이 또 생길 수 있다.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D씨·33세·남·출판사 근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법이 생기면 분명 일부 기업에선 법을 지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사회 전체로 자연스럽게 전파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카카오 측에 메시지 예약전송 기능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업무 시간 외의 지시 내용은 다음날 아침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아주 의미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E씨·30세·남·공무원) 실효성 논의 전에 처벌 규정을 법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퇴근 후의 업무 지시에 대해 징계를 하거나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이상 이 법을 지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더 멀리 내다보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이 진정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F씨·31세·여·중소기업 근무) 나를 포함한 주위 직장인들 모두 주중에는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반복하고, 주말에 몰아서 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게 슬프다. 잘 쉬면 업무 효율성도 오를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유연근무제 도입이나 경직된 조직문화를 깨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G씨·40세·남·공기업 근무) 지금처럼 경쟁이 심한 세상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 자체가 공허하다. 제도적으로 뭘 어떻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0년 전에 비하면 직장인들이 이미 충분히 많은 시간을 여가에 쓰고 있다. 조직 문화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
▶(H씨·29세·남·백화점 근무) 육아 등을 견디지 못해 집으로 일찍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는 '꼰대'들이 악의 축이다. 보통 그런 사람들이 남아서 갑자기 회식을 하자고 하거나 의미 없는 업무 지시를 내린다. 그러면서 요새 애들은 개인주의니, 소통의 부재니 하면서 본인들은 피해자인 척 한다. '나 때는 선배랑 술 마시면서 회사의 미래를 논하며 밤을 새웠다' 이런 말도 듣기 싫다. 그 때는 그렇게 밤 새우고 들어가도 부인이 참아줬지만 요새는 그러면 다 집에서 쫓겨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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