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추석 연휴에 모두가 고향 또는 부모님 댁에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회사 기숙사에 머무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어나선 안 될 불행한 일이지만 만약 회사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직원이 화재로 숨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군다나 그날이 휴일이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인지 더욱 애매해 집니다.

실제로 휴일에 회사 기숙사에서 자다가 화재로 숨진 A씨의 유족들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사건이 있는데요. 결국 A씨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대법원_2014두46218 판결)

사정은 이렇습니다. A씨는 인천에 있는 회사를 다녔는데요. 기술연구직인 A씨는 출퇴근을 위해 회사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화재 당시 이 숙소에는 5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죠.

화재가 나기 전날인 2012년 1월7일은 토요일이었습니다. 저녁 7시반쯤 A씨는 여자친구, 숙소에서 함께 사는 동료 2명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A씨는 동료들과 헤어져 여자친구와 노래방에 갔다가 여자친구를 데려다 준 후 다음날 새벽1시쯤 집에 돌아옵니다.

A씨가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화재가 발생했고, 숙소에서 잠을 자고 있던 A씨 외에 다른 3명의 근로자들은 대피했습니다. A씨는 대피를 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이송돼 사망했습니다. 이후 화재의 발생원인은 담뱃불로 추정된다는 수사기관의 조사결과가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1심과 2심의 재판 결과는 엇갈리는데요. 1심 재판부는 “화재 당일은 일요일로 휴일이었고 A씨는 토요일인 그 전날 여자친구 등과 술을 마신 후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며 “일요일 당직근무자 명단에 A씨가 포함돼 있지는 않았다”면서 A씨에게 업무상 재해를 적용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숙소는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사업장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고 다른 근로자들도 수시로 출입하는 등 사적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희박했다”면서 “A씨는 평소 일이 많을 경우 주말에도 근무를 했고 다른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당직 근무를 대신 하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문제의 사고는 A씨가 휴일에 사적으로 술을 마신 후 자유롭게 회사가 제공한 숙소로 퇴근해 잠을 자던 도중 발생한 것으로, 업무행위나 업무의 준비행위라고 보기 어려워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최종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주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