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서초동살롱] "위장이혼도 이혼"?…법원을 위한 변명

[the L] 시속 1마일 속도로 바뀌는 法…조세법률·죄형법정주의 지키되 시대에 맞게 법 개정해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세금을 피하려고 위장이혼을 했어도 대법원은 세금을 안 내도 된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요? 대법원은 법대로 판결했을 뿐입니다. 세금은 반드시 법률에 따라 물려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 때문이죠.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옳다는 건 아닙니다. 법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법원도 탈세를 위한 위장이혼에 세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A씨는 2008년 주택 여러 채를 가지고 있던 부인과 협의이혼했습니다. 그런데 이혼이 성립된 이후에도 그는 부인과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했고 이듬해 다시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이혼 사유는 부인의 우울증이었는데 자료로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이혼기간 중 A씨의 부인은 7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종로세무서장은 A씨가 부인과 혼인관계를 유지한 사정에 비춰 '1세대 3주택 이상 소유자'라고 판단, 양도소득세 1억7800여만원을 부과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자신은 부인과 이혼한 사이라며 본인은 '1세대 1주택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득세법에 따라 주택 한채만 가지고 있을 경우 양도소득세를 면제받기 때문에 과세가 부당하다고 맞선 거죠. 

1·2심은 A씨가 과세를 피할 목적으로 이혼한 사정이 인정된다며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이 정당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A씨 손을 들어준 건데요. 대법원은 "당시 A씨는 법적으로 배우자가 없었으므로 따로 1세대를 구성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왜냐고요? 앞서 소개한 조세법률주의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이거나 비과세요건,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정이 어쨌든 법적으로는 A씨가 이혼 상태였기 때문에 더 이상 따질 수 없다는 얘깁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 내기 싫으면 잠깐 이혼하면 되겠네." 혹시 이런 생각 하고 계신가요? 교묘히 법망을 피하는 사람이 생길 만큼 현행법에 빈틈이 있는 건데요. 법대로 판결해야 하는 법원으로선 어쩔 수 없고, 국회가 법을 바꿔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또는 국세청이 협의이혼이 무효라는 사실을 입증해 적극적으로 과세권을 행사하면 됩니다. 

법원 판결로 드러난 형행법의 빈틈은 형사 사건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가 봐도 범죄인데도 현행법에 처벌 규정이 없어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입니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때문이죠. 범죄와 형벌을 정할 땐 반드시 법률에 규정된 대로 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죄형법정주의를 지키다보니 '국민법감정'과 어긋난 판결을 두고 종종 법원을 향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기도 하죠. 

음란한 내용을 담은 쪽지를 수차례 옆집 여성의 문틈에 끼워넣은 B씨에게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B씨에게 적용된 성폭력처벌법의 허점 때문입니다. 이 법 13조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의 수단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들고 있습니다. 쪽지로 직접 전달한 행위는 여기 속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용서하기 어렵지만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처벌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황당한 일이 또 있습니다. 음식점 화장실 옆칸에서 한 여성을 몰래 훔쳐본 C씨에게 1·2심과 대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체 이 남성이 어떻게 무죄일까요? 이 역시 죄형법정주의 때문입니다. 일반 대중이 아닌 음식점 손님을 위해 설치된 화장실은 성폭력처벌법에서 정한 '공중 화장실'에 속하지 않은 데 따른 것입니다. 공중화장실법은 공중화장실을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는 화장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회 상황에 맞게 법 조항을 손질할 필요가 있겠죠. 

법은 언제나 느리게 바뀝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혁신속도론'을 설명하며 "기업이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변하는 반면 정부는 2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로 변화한다"고 했습니다.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한 '범죄 아닌 범죄'를 막으려면 법이 변해야 합니다. 법이 너무 자주 바뀌어도 문제겠지만, 너무 느려 사회상을 못 따라가도 문제 아닐까요?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제 5회 아시아 법제 전문가 회의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