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과 한마디 26년 걸린 검찰…"사과는 강기훈에 직접 하라"

[the L] [피플]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재심 변호인 송상교 민변 변호사

송상교 변호사/사진=홍봉진 기자

검찰의 사과가 나오기까진 26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유서대필 사건'의 피해자 강기훈씨(53)에게 누명을 씌우고 모욕과 협박을 서슴지 않은 것도 모자라 재심 법정에서까지 그를 파렴치범으로 몰았던 검찰이 최근 달라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69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강씨 사건을 비롯한 과거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재심을 청구한 2008년 1월부터 현재까지 10년 가까이 강씨의 법정싸움을 함께 하고 있는 송상교 변호사(45·사법연수원 34기)는 이런 검찰의 태도 변화에 대해 "유의미한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검찰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유일한 권력기관으로 남아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국방부가 자체 위원회를 설치하고 과거사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법부의 경우 대법원장의 사과가 있었다. 

송 변호사는 검찰이 강씨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정 누군가에게 잘못을 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가서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건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강씨에게 직접 사과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검찰에서 겪은 고초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한숨도 못자고 서있는 상태로 조사를 받는 날이 허다했고 주먹으로 맞기도 했다. 검찰은 허위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부모와 현재 부인인 당시의 여자친구를 들먹이며 협박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의 참혹한 시체 사진을 거듭 보여준 뒤 내장탕을 먹으라고 강요하며 괴롭혔다.

그럼에도 검찰은 사과는 커녕 2014년 재심 법정에서까지 1991년 조사실에서와 같은 주장을 폈다. 재심 과정에서 강씨 옆을 지킨 송 변호사는 당시 검사의 말 하나하나가 상처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송 변호사는 검찰에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우선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은 검찰이 정권의 의도에 따라 처음부터 '유서 대필'이란 프레임을 짜두고 여기에 맞춰 한 사람의 젊은이를 철저히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당시 수사 담당 검사의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요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센터는 일반 시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공익소송을 찾아내 이끄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는 민변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지만 공익인권기금을 모으는 일에 시민도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대학에서 법을 공부한 송 변호사는 '배워서 남 주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소위 '돈 되는 일'이 아닌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을 선택한 그다. 민변 상근 변호사로 활동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구제해야 할 법이 오히려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일을 많이 접하며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고민했다"며 "법이란 수단을 통해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게 보람 있고 즐겁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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