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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150억원 안 주면 고발"…회계처리 잘못하면 쇠고랑

[the L] M&A 후 회계처리 트집 잡아 고소·고발 협박… 양벌규정으로 회사·임직원 모두 처벌


#2007년 한 중견 코스닥 회사의 경영권이 A씨에게로 넘어갔다. 회사 매각 당시 60대 초중반이던 창업주인 B씨는 은퇴를 결심하고 회사 설립 30여년만에 회사를 A씨에게 팔았다. 지분 매매대금은 약 300억원이었다.

A씨는 인수 직후 "B씨의 분식회계 등 회계처리상 문제가 될 거리를 죄다 가져오라"며 재무 담당자들을 다그쳤다. A씨는 결국 해외 자회사가 보유한 재고자산이 과도하게 평가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를 손에 넣었다.

A씨는 B씨에게 "재고자산 과다계상 등 분식회계가 발견됐다"며 "매매대금 300억원 중 절반인 150억원을 반납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면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위반, 형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하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매각대금의 절반을 빼앗기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상황에 몰렸지만 1년여간의 법적 공방 끝에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B씨가 30여년간 꼼꼼히 모아 온 회계 관련 자료들이 큰 힘이 됐다.

당시 B씨를 대리한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B씨처럼 회계자료를 정확하고 꼼꼼하게 처리해 공격을 막아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대개의 경우 문제될 여지를 억지로 짜내는 A씨와 같은 수법의 공격이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곤 만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적발 땐 기업·경영진 모두 치명적

대개 분식회계는 회계조작을 통해 실적을 부풀리는 것을 말한다.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등을 위한 수단으로도 동원된다. 그러나 오히려 실적을 실제보다 낮추는 이른바 '역(逆)분식'도 있다. 대개 세금을 덜 내려는 게 목적이다. 새로 부임한 경영진이 본인 임기 동안 실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동안 누적된 손실요인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이른바 '빅배스'(Big Bath)도 넓은 의미에선 역분식으로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분식회계가 적발되면 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당장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부담을 안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수익·비용 진행률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분식회계 혐의를 피했음에도 약 1만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상장폐지 등의 위험에도 직면한다.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장폐지된 186개사 가운데 재무제표의 문제 등으로 상장폐지가 된 곳이 84개사(45.2%)에 달했다. 경영진 등 분식회계에 개입한 임직원들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은 현재 구속 기소된 상태다.

◇법무팀이 회계 처리 관여해야

분식회계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기업의 법무부서가 재무부서의 회계처리 업무에 관여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상장사가 6년 동안은 자율적으로 회계법인을 지정해 회계감사를 받더라도 이후 3년간은 지정감사인을 통해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외감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0년부터 시행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실무적으로 회계 관련 리스크는 법률 리스크와 직결돼 있음에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런 문제는 곪아 터져 손대지 못할 정도가 된 뒤에야 법무팀으로 넘어온다"며 "법무팀 뿐 아니라 경영진도 회계 관련 리스크에 대한 대응방안을 사전에 잘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외감법 개정으로 3년간 지정감사를 받게 될 경우 이전 자율감사 때보다 훨씬 엄격한 환경에서 감사를 받아야 한다"이라며 "이때 회계 관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등 회계처리를 정확하게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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