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몇 만원의 통장압류에도 발을 동동 구르는 빈곤층

한 달에 두어번 쪽방촌에서 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채무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은행대출이나 카드빚을 갚지 못한 경우, 벌금을 납부하지 못한 경우, 건강보험료나 기타 세금을 납부하지 못한 경우 등등. 이런 경우 대개 본인 명의의 계좌는 채권자로부터 압류가 된다.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몇 십 만원의 수급비, 구호금, 자활급여비 등을 인출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 내지 최빈곤층으로 최저생활에 턱없이 못 미치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50만원 이하 통장 압류 못한다' 법에서 아무리 규정한들

민사집행법이나 국세징수법은 채무자의 최저한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150만원 이하의 최저생계비와 기초생활보장 급여 등은 압류가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잔고가 150만원에 못미치더라도 채권자들의 요구에 따라 법원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은행들은 바로 압류를 한다. 왜일까? 첫째는, 150만원이라는 금액은 전 계좌의 잔고 총액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인의 전체 금융계좌에 대한 조회권한이 없는 은행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 둘째는, 수급비 등 압류할 수 없는 돈이 입금되더라도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만 따로 떼서 압류를 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른 금융기관 계좌가 더 있는지, 수급비 등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인지, 예금 잔고가 얼마인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제3채무자로 추정되는 다수의 금융기관(주로 불량채권을 매입한 대부업체가 많다)은 법원에 압류 및 추심 요청을 하고, 이것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최저생계비나 사회보장급여 등이 압류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결국 최소한의 생계비나 수급비를 찾으려면 법원에서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신청, 즉 압류가 금지되는 범위의 금액에 관해 압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통해 압류를 풀 수밖에 없다.

힘들게 압류 취소소송을 했지만…

물론 방어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나 실업급여 등은 압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압류방지전용통장을 이용할 수 있다. 압류방지 전용통장이란 수급자의 급여만 입금되고, 그 외의 금원은 입금이 차단되는 통장이다. 수급자등록증을 가지고 가까운 은행에 가면 발급받을 수 있다. 이때 수급자는 입금은 불가능하고 출금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