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컵반

즉석밥과 국, 덮밥 등을 결합한 제품, '컵반'을 둘러싼 법정 다툼 1라운드에서 CJ제일제당이 졌다. CJ제일제당은 경쟁사가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며 제품 판매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수석부장판사 김형두)는 23일 CJ제일제당이 오뚜기, 동원F&B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이들이 자사 제품인 '컵반'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냈다. 다만 이번 가처분 결정은 앞으로 진행될 본안 소송 결론과는 별개다.

법원은 오뚜기와 동원F&B 제품의 형태가 '컵반'과 동일하지만 이를 부정경쟁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제품 형태가 이미 흔히 사용되는 형태로 통상적인 형태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제품 특징들이 이미 즉석국·탕·라면 용기나 즉석밥 용기에서 흔히 사용하는 형태"라며 "부정경쟁방지법은 동종의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의 모방 행위는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컵반이 개별 상품의 조합으로 인해 새로운 상품으로 인식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흔한 형태라면 보호하고자 하는 상품의 형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CJ제일제당의 '컵반'은 즉석국·탕·덮밥 등을 컵라면 모양의 일회용 용기에 담고 즉석밥인 '햇반'이 용기의 뚜껑 역할을 하도록 포장된 제품이다. CJ제일제당 측은 별도의 뚜껑이 없는 이같은 포장 형태가 기존 제품들과의 차이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즉석밥 용기의 뚜껑 역할이 상품의 형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기존 제품들이 지니는 통상적인 형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또 경쟁사 제품의 제조·판매를 금지할 정도로 손해가 커 당장 판매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뚜기와 동원F&B가 상당한 자금을 투여한 상황에서 제품 판매를 금지할 경우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CJ제일제당에 발생하는 손해는 (본안 선고 후) 손해배상 청구로 보전할 수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