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구속된 이영학(35)이 이달 13일 오전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여중생 살인·사체유기 사건' 피의자 이영학(35·구속)이 '딸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금 12억8000여만원을 받았으나 정작 치료를 위해 지출한 금액은 1억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랑경찰서가 이영학 후원계좌를 분석한 결과 2005년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12억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 다수의 개인과 기부단체가 이영학 딸(14)이 희소병인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다는 사연을 듣고 십시일반 보낸 기부금이다. 후원계좌는 이영학 딸과 아내 명의로 총 3개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딸 수술비와 치료비에 들어간 돈은 1억원이 채 안 됐다. 딸은 그동안 8번 수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딸 교육비나 생활비 등을 모두 파악해봐야겠지만 수술비와 치료비로 사용한 금액은 1억원 보다 적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영학이 기부받은 금액 대부분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이다.

이영학이 약 10년간 본인과 지인 명의로 사용한 신용카드 3~4개도 금액과 사용처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영학 신용카드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후원금에 대한 소득신고 없이 기초생활비를 수령한 것인지도 관계기관과 대조·확인 중이다. 이영학이 후원금을 받은 기간 동안 지급 받은 기초생활수급비는 총 1억2000만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이 마무리되면 실소득 대비 (기초생활수급비) 부정수급 규모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후원금 취득과 사용처 확인을 위해 계좌추적을 계속하고 병원 진료기록과 치료비 지급내역 등도 분석 중이다. 이영학의 장애등급 지정 경위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후원금 사용 내역을 파악한 뒤 이영학을 조사해 정확한 유용 금액을 확인할 계획이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과 '기부 사기'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한편 이영학 아내(31·사망) 투신 사망과 관련해 타살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달 5일 투신 사망한 이씨 아내 부검결과 사망에 이를 만한 외상이 없고 사인은 추락에 의한 머리 손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 현장 감식에서도 다른 사람이 외력을 작용해 추락한 것으로 볼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 아내 사망 당시 자택에 있던 이영학 딸(14)은 "엄마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고 아빠(이영학)가 문을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었다"며 "그러던 중 엄마가 떨어지는 '쿵' 소리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씨 아내는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5층 자택의 화장실 창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아버지인 이영학과 사체유기 혐의 공범으로 지목된 딸 이양은 불구속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양을 현재 보호 중인 가족과 주거환경 조사를 마쳤다. 이양의 정신·심리상태와 관련해서는 정신과 전문의와 범죄심리 전문가·아동발달심리 전문가·미술치료 전문가 등에게 자문을 의뢰해 결과를 회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번 프로파일러(범죄심리 전문가)들이 낸 의견과 대동소이하다"며 "도덕적 가치 판단능력이 또래에 비해 미숙하고 아버지에게 의존적·종속적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어 "딸 신병과 관련 전문가 자문내용 등을 바탕으로 검찰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영학이 아내를 성매매에 동원한 정황도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경찰이 이영학의 휴대폰과 태블릿PC 등을 압수해 클라우드(온라인 저장 공간) 계정에 저장돼 있던 성매매 동영상을 확보한 뒤 이를 분석한 결과다. 해당 영상에는 이영학 아내가 남성들을 대상으로 유사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동영상 속 성매수 남성 중 얼굴이 식별돼 인적사항이 특정되는 남성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동영상과 이영학이 사용한 휴대폰 통화 내역을 분석해 추가 성매수 남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영학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즉석만남 카페운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