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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한마디에…변호사 징계 급증, 왜?

[the L 리포트] 변호사 징계, 1년새 3배로 훌쩍…경쟁 격화로 변호사 간 신고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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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의 평범한 광고 문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문구를 쓰면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의해 징계를 받는다. 변호사 업무광고규정상 '최고'라는 단어는 광고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문제로 징계를 받는 변호사 또는 로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변호사 수 급증으로 수임 경쟁이 격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 변호사 또는 로펌을 견제하기 위한 신고도 늘고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최근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변호사 징계 관련 주의 안내' 메일을 보내 "변호사 징계가 최근 늘었으니 주의하라"고 이례적으로 공지했다. 변협에 따르면 변호사 총 징계건수는 2014년 50건, 2015년 68건에서 지난해 188건으로 급증했으며 올들어선 9월까지만 101건에 달했다.

변호사 징계 사유는 대부분 업무광고규정 위반과 동업금지 위반이다. 변호사 업무광고규정 위반은 협회에 전문분야 등록을 하지 않고 '전문'이라는 단어를 표기하거나 '최고' '유일' 등 금지된 문구를 광고에 포함시킨 경우다. 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우편물을 발송해도 징계 받는다.

동업금지 위반은 변호사가 비(非)변호사와 동업하는 경우로, 변호사 아닌 직원에게 명의를 대여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변호사가 검찰, 법원직원, 교도관, 경찰관, 사건 브로커, 중개업자 등으로부터 사건을 알선 받고 소개비 명목의 돈을 주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치소에서 △한달간 3명 이상의 수용자를 접견하고 △한 수용자를 한달에 12회 이상 접견했으며 △이런 식의 접견을 두달 이상 지속하는 '미선임 다수 과다 접견' 행위도 주된 징계 대상이다. 수감 중인 대기업 총수 등 고소득층의 말동무를 해주거나 잔심부름을 위해 구치소를 드나드는 이른바 '집사 변호사'가 이에 해당한다.

이 같은 행위들로 징계가 결정된 건수가 지난해 85건(45%), 올해는 65건(65%)로 징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동업금지 위반으로 등록취소돼 징계결정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2년간 약 60%의 징계가 이 같은 행위에서 비롯됐다.

변호사 업계는 변호사들의 징계 건수가 급증한 원인을 경쟁 격화에서 찾고 있다. 김현 변협회장은 "변호사가 늘면서 경쟁이 심화돼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방 차원에서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의 징계는 대부분 신고에 따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진다. 징계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신고가 늘었다는 뜻이다. 변호사 업계의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나 로펌을 신고하는 사례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개업한 한 변호사는 "영업이 잘 안 돼 뭐라도 하려고 하는데, 예전에는 서로 모른 척 넘어갔던 부분도 지금은 다 징계 대상이 됐고 옆 사무실에서 잘못하는 것이 발견되면 바로 신고하는 분위기라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약 1500명의 변호사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대부분 송무 분야로 뛰어들면서 사건 수임을 놓고 과도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변호사들의 윤리의식이 강화된 것도 징계 증가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과거에 관행처럼 벌어지던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이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의뢰인들이 변호사를 신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남부지법 주변에 개업한 변호사는 "의뢰인이 착수금이 과다하다고 생각하거나 사무장이 착수금을 들고 도망갔을 경우 변협에 직접 신고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변호사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변호사가 직무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확정된 경우 영구제명에 처하도록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명된 변호사의 재등록 결격기간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정직 기간 상한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높이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현행법상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이지만 변호사가 영구제명된 사례는 아직 한 번도 없다. 제명도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에 적용된 게 12년만에 처음이었다.

그러나 제재 강화 뿐 아니라 윤리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 협회장은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겠다"면서도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노력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규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는 "변호사 윤리를 잘 지키는 이들이 이익과 명예를 얻어야 한다"며 "변협 차원에서 우수변호사 등을 뽑을 때 윤리 부분을 반영하거나 징계 받은 회원에 대해선 회비를 높인다든가 하는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송무 분야의 과잉경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려는 변호사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송무에 치중해 광고로 전문, 최고, 유일 등의 단어를 남발하기 보다 공공기관 등의 사내변호사로 가거나 로펌 차원에서 외국으로 진출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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