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입주자들로부터 해임 동의 및 요청을 받고도 상황에 따라 해임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 범위에 관해 회장 또는 동대표에 대해 관리규약에서 규정하는 해임 동의 등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었다면 선관위는 가급적 해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서울북부지법 판결이 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는 해임 절차에는 선거관리위원회 결의에서 의결 정족수 충족 및 해임 투표 공고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들어 추후 예정된 해임 투표 절차의 진행이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판결은 달랐다.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및 투표에 관한 관리업무의 수행을 주된 업무로 하는 것이므로, 입주자대표회의 동별 대표자 및 임원의 해임 투표 진행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 권한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만일 선거관리위원회가 형식적 판단 권한을 넘어서 실질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본다면 이는 공동주택관리법 및 그 시행령에서 부여하고 있는 권한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다수의 관리규약에서는 해당 입주민 일정수의 동의가 있고 이에 대해 해임 요청이 있는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해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위와 같은 법의 취지를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일정수의 동의가 있다면 명백히 허위사실이 아닌 이상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해임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