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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
법원이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8)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65)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삼성그룹 뇌물 사건과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강제퇴직 사건에 이어 또 다시 박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인정된 셈이다. 그러나 최순실씨(61)가 받아본 것으로 조사된 문건 47건 가운데 14건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앞으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어떤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5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정 전 비서관)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공무상 비밀누설 범행에 대한 암묵적 의사연락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은 그동안 공모 관계를 부인해왔다. 박 전 대통령은 큰 틀에서 '최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했을 뿐, 청와대 문건 47건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최씨에게 주라고 한 적은 없다며 결백을 주장해 왔다. 정 전 비서관도 박 전 대통령에게 그 같은 지시를 받은 것은 맞지만 최씨에게 문건을 넘긴 것은 자신의 판단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동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사람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 주장은 박 전 대통령의 포괄적,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를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25일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에 대해 최씨의 의견을 들었다'고 인정했다"며 "최씨의 의견을 들으려면 먼저 최씨에게 문건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 문건이 최씨에게 전달됐다는 것을 당연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씨에게 전달된 문건은 고도의 비밀 유지가 필요한 청와대 문건이다. 박 전 대통령과 친분 관계가 있어도 민간인에 불과한 최씨에게 이 문건들이 유출돼선 안 된다는 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며 "이런 사정 등을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적이 없다'는 정 전 비서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씨가 받아본 청와대 문건 47건 중 14건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나머지 33건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단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검찰이 최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하는 과정에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문건들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최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외장하드에서 발견된 전자정보"라며 "이 문건들이 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수사기관은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했어야 함에도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건 33건을 기초로 작성된 출력물과 목록, 수사보고, 첨부서류, 정 전 비서관과 최씨에 대한 진술 모두 2차적 증거로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며 "문건 33건을 전달한 점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의 점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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