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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vs 세무사…사생결단 '자격증 전쟁' 승자는?

[the L]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부여 폐지 법안, 24일 국회 본회의 직행 보류…한달 뒤 표결로 결론

대한변호사협회 회원들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세무사법 개정안 저지 전국 변호사 궐기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궐기대회를 통해 국회가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을 불허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에 반발, 법안폐기를 요구했다. 24일에도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2017.1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두고 변호사업계와 세무업계가 다시 한번 격돌했다.


24일 직권상정 예정이던 개정안은 현재 본회의 상정이 보류된 채 계류상태다. 당초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이 직권상정에 합의했으나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희의 직행이 좌절된 개정안은 국회법에 따라 한 달 뒤에나 본회의 부의 또는 통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업계는 23일 대한변호사협회를 중심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지방회까지 참여해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개정안 직권상정 소식에 변협은 전국 변호사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세무사업계는 그동안 해오던 국회 앞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양측 일부가 서로 말다툼을 벌이는 등 작은 소동도 있었다.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부여 폐지법안 '3전4기'?


문제가 되고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은 19대 하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상민 의원 개정안에 다른 세무사법 개정내용을 합해 기재위 대안으로 만들어 지난해 11월 통과시켰다.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 온 이 대안은 지난해 12월 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논란 끝에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제2소위는 법사위에서 타 상임위법을 다루는 곳으로 주로 이해관계가 갈리는 등 쟁점이 있는 법안들을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키지 않고 2소위로 회부시킨다는 것은 해당 법안이 법사위에 사실상 묶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 의원은 변호사 출신임에도 지난 17대 국회부터 18대, 19대를 거쳐 이번 20대 국회까지 계속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변리사법에 대한 폐지 법안을 19대까지 계속 발의하기도 했다.


◇'법사위 패싱'으로 본회의 직행


법사위에선 그간 세무사·변리사 자격을 변호사에게 주는 기존 체계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법사위원 상당수가 변호사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번 개정안이 제2소위로 회부된 지난해말 당시에도 비법조인 법사위원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소위 회부에 반대하며 전체회의 통과를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법조인 법사위원들은 로스쿨 도입취지상 세무업무도 변호사들이 오히려 더 맡을 수 있게 열어둬야 한다는 이유로 소위 회부에 찬성했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개정안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변리사 자격부여 폐지와 동시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소위로 넘겼다. 


그렇게 20대 이전 국회 상황과 다르지 않게 법사위 소위에 1년 가까이 머물러 있던 개정안은 정 의장이 법사위 지연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 절차를 꺼내들며 햇빛을 보게 됐다. 특히 세무사법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장기간 업계 다툼으로 지연된 대표적 법안으로 지목됐다. 이는 의장과 원내대표단 회동에서도 가장 먼저 합의된 법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당이 다시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국당이 입장을 고수한다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기재위가 부의 요구를 한 시점으로부터 30일 뒤 본회의 부의 여부를 두고 투표를 할 수 있다. 무기명투표로 일반 의결정족수인 과반수를 통과하면 법안은 본회의에 그대로 상정된다.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법사위 지연 법률안 본회의 부의절차 관련 안내 공문. 국회의장 지시로 각 상임위에 배포된 내용. /사진= 국회 의사국 공문

◇로스쿨 도입 후 심화되는 '변호사 vs 인접 전문직' 다툼


변호사업계는 로스쿨로 개업 변호사가 크게 늘어남에도 오히려 직역 다툼에서 갈수록 불리해지는 상황을 겪고 있다. 변호사가 늘자 타 직역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직역 수호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영향으로 변호사가 되면 변리사 자격증을 바로 받고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부턴 일정 기간 실무연수를 거쳐야만 변리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바뀌기도 했다. 세무사 자격 뿐 아니라 변리사 자격증 부여에 대한 폐지여론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로스쿨 제도 도입시 세무사·변리사·법무사 등 유사직역에 대한 정리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여년 전 로스쿨 도입 논의시 유사직역을 통폐합하고 로스쿨로 신규 자격배출을 일원화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각 직역 단체들의 기득권 주장이 해결되지 못한 채 2009년 로스쿨 개원을 맞았다.


변호사·세무사·변리사·법무사 등은 소위 '전문자격사' 협의체를 통해 이해관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재 각 업계가 갖고 있는 권한은 유지하고 타 직역으로부터 얻어내려는 입장만 서로 고수해 타결이 어려운 상태다.


토론회나 연구자료를 등을 통해 여러차례 전문자격사 통합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현실에선 어느 한쪽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 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자격통합·동업허용'이 해법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변협은 지난 2012년 '전문자격사 동업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회계사·변리사·세무사·공인노무사·관세사 등과의 동업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동업 허용으로 직역 갈등을 해소하자는 의도에서다.


현재 변호사와 다른 자격사의 동업이 금지된 우리와 달리 영국·호주·캐나다 등은 동업이 허용돼 있다. 우리와 법체계가 비슷한 독일도 변리사·세무사 등과 동업을 허용하는 추세다. 


동업이 허용되면 전문자격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시장이 새로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대형 로펌 등에선 회계사나 세무사, 변리사 등을 고용하는 형태로 종합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격통합도 계속 거론된다. 인접분야 자격사를 '변호사'로 통합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제시된다. 다만 현재까지 자격증을 취득한 타 직역 전문직에게 '소송대리권'을 줄 수 있느냐는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규 자격 취득을 폐지하는 대신 변호사로 통합하자는 안은 여러 번 나왔지만 직역단체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실현가능성은 낮다.


아직까지 각 직역단체들은 소속 회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직역 보호논리로 양보없는 싸움만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직역보호가 주요 공약으로 등장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8월 변협 주최 '제25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 대회'에서 열린 '유사직역 갈등과 대처방안' 심포지엄에서 이전오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인접 자격증 보유자들에게 소정의 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타 자격사의 신규 선발은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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