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 청와대 행정관에게 '다이빙벨' 상영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24일 열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차세대문화인연대'(차문연) 대표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특검이 공개한 2015년 6월1일 허 전 행정관과 차문연의 최모 대표가 주고받은 메일에는 '우리 수석께서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상영 당시 차문연을 보면서 저 단체를 도우라고 하셨다'고 쓰여있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허 전 행정관은 '여기서 말하는 우리 수석이 누구냐'는 특검의 질문에 "표현을 과하게 한 것 같은데 우리 비서관님이 이렇게 했던게 맞는 것 같다. 격상해서 우리 수석께서 이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서관님은 누구냐'는 질문에 "정관주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석이 직접 이 단체를 도우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고생하는 단체를 격려하는 차원으로 격상해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문연을 도우라고 지시한 것은 조 전 수석이 아니라 정 전 비서관이었다는 설명이다.

특검은 "정 전 비서관이 부임한 날짜는 2014년 10월2일이고, 차문연이 성명서를 발효한 것은 2014년 9월14일로 정 전 비서관 부임 전"이라며 "정 전 비서관이 부임할 때 차문연의 활동을 보고한 사실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허 전 행정관은 "비서관에게 보고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비서관이 했는지 수석이 했는지 직접 저를 접촉해서 말한 바가 없어서 아마 했다면 정 전 비서관이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검은 "정 전 비서관은 2014년10월3일 작성된 강일원 전 청와대행정관 업무수첩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조 전 장관이 차문연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허 전 행정관은 특검의 거듭된 추궁에 "시기적으로는 오도성 선임행정관일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허 전 행정관은 '최 대표가 성명서 등 초안을 보내면서 수정 사안을 말해주면 수정해서 뿌리겠다고 돼 있는데 왜 사전 조율을 거치겠다는 내용이 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대해서는 "의견을 청취하고 주고자 하는 취지였을 뿐 성명서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허 전 행정관은 2014∼2016년 김 전 실장 등 당시 청와대 간부들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수십 개 보수단체에 69억여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일 구속기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