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독성 적은 전자담배에 세금 늘린다고?

[the L] 김광민 변호사의 '청춘발광(靑春發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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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헌법 제59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

영국에 가면 종종 창틀만 있고 창문은 막혀있는 집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창틀만 있는 창문을 건축양식의 일종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창틀만 있는 창문은 건축양식이 아닌 조세제도와 관련있다. 1662년 영국의 찰스 2세는 전쟁자금을 위해 난로세를 도입했다. 난로세는 난로 1개당 2실링씩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었다. 모든 집에 난로가 있었기 때문에 세수를 늘리는데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매우 큰 문제가 있었다. 난로가 몇 개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집집마다 방문확인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집에 들어가려는 이와 이를 막으려는 이들 사이에 잦은 다툼이 발생하고는 했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조세저항이 발생한 것이다.

거센 조세저항에 시달리던 영국은 결국 난로세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계속 된 전쟁에 항상 전쟁자금에 허덕이던 영국이 세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창문세였다. 창문세는 창문에 개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집안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세금을 매길 수 있었다. 창문 여섯 개 까지는 세금이 면제되었고 일곱 개에서 아홉 개까지는 2실링, 열 개부터 열아홉 개까지는 4실링이 부과되었다고 한다.

난로에 세금을 부과할 때는 집에 들어와 난로 개수를 세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창문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자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하지만 곧 백성들은 세금을 줄일 묘안을 찾아냈다. 창문을 줄이면 세금도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백성들은 반드시 필요한 창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창문들은 모두 막이 바렸다. 영국의 창틀만 있는 창문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세금을 늘리려는 국가의 과욕이 채광을 포기한 국민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창틀만 있는 창문은 정당성 없이 세금만 걷으려는 국가와 이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만들어낸 웃지 못 할 역사 속 에피소드다. 그런데 이러한 에피소드를 굳이 멀리 영국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막무가내 세금과 얽힌 촌극은 한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그것도 1960년대라는 아득한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 사건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인상했다. 

표면적으로는 금연을 유도해 국민건강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담배와 같은 중독성이 강한 기호식품의 경우 가격인상과 소비 사이에 큰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담뱃값인상이 금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현실에서도 증명되었다. 결국 흡연율의 감소는 미미했고 정부의 세수만 막대하게 증가했다. 담뱃값인상을 통해 정부가 추가로 걷어들인 세수는 2016년에만 약 5조 2천억에 달했다.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담뱃값 인상을 이명박 정부에 이어 부자감세를 이어가고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했던 박근혜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턴 사건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이 정부의 주장과 같이 금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담배소비는 축소되는 정부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담배가 너무 비싸지자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흡연자들이 많아진 것이었다. 흡연자들 중 일부는 직접 담배농사를 지어서 담배를 만들어 피우기도 했다. 텃밭에 한 해 담배를 키워 3년 치 담배를 수확했다는 이들도 나타났다. 때마침 시장에서는 담뱃잎을 사서 튜브에 넣어 피우는 수제담배가 출시되었다.

흡연자들 중 많은 수가 전자담배와 수제담배로 돌아서자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전자담배와 수제담배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담뱃세가 줄어들었다. 담뱃세가 줄어들자 정부는 새로운 조세항목을 들고 나왔다. 전자담배와 수제담배에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흡연자들의 격한 반발이 이어졌다. 

니코틴과 타르 등 유독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훨씬 적은 전자담배와 수제담배에도 담뱃세를 물리겠다는 것은 금연을 유도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겠다던 정부의 태도와 상반되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정말 국민건강을 걱정했다면 흡연자들이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은 전자담배와 수제담배로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금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타당했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전자담배와 수제담배에도 세금을 매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자담배 세금 논란은 정당성을 상실한 또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세금과 얽힌 하나의 촌극이었다.

세금은 징수하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다. 대표적인 기능이 소득재분배와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억제 기능이다. 소득재분배 기능은 누진세(재산이나 소득의 정도를 고려하여 재산·소득이 많을수록 세금도 많이 징수하는 방법)로 세금을 걷고, 걷은 세금을 재산이나 소득이 적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발휘될 수 있다. 각종 사회복지예산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누진세는 유사 조세인 전기요금과 같이 소득이 아닌 소비에 따라 매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세금부과로 제품 소비를 억제하는 것은 특정 제품에 높은 세금 부과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술, 담배, 휘발유 등이다. 소주와 맥주에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소주, 맥주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3%에 달한다. 담배에는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이 부과되고 세금은 담뱃값 중 대략 74%에 이른다. 휘발유에는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관세 등이 부과되고 가격 중 세금의 비율은 대략 60% 이상이다. 이처럼 소주, 맥주, 담배, 휘발유 등에 붙는 높은 세금은 각 제품의 소비를 억제하는 기능을 추구한다.

술, 담배, 휘발유 등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들 제품이 가진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대라는 특성으로 인해 정당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당성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더 충족되어야 한다. 이들 제품에 부과된 세금 중 많은 부분이 부작용의 해소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류에 포함된 세금은 알코올중독 치료에, 담배에 부과된 세금은 금연운동이나 흡연으로 인한 질환의 치료에 그리고 휘발유 등에 포함된 세금으로는 환경오염 방지 등에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제품에 부과된 세금이 그 제품의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해소에 사용되는 비율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앞서 언급한 담뱃세의 경우 2016년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중 금연지원서비스 등에 사용된 비율은 고작 5.4%에 그쳤다. 흡연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메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렇듯 세금을 걷는 데는 다양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하지만 어떠한 목적과 근거를 가지고 있든 세금은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부담을 부여하는 행위다. 때문에 세금을 일컬어 국민의 피라는 뜻의 혈세라고 하기도 한다. 때문에 헌법은 세금의 종류나 세율과 같이 핵심적인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대표자로 구성된 국회에서 세금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말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법이 국회에서 통과 되었다. 이어 담배부담금과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를 올리는 관련 법안들까지 국회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행히 수제담배에 대한 세금인상은 전자담배만큼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해당 세금은 금연사업에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왜 헌법이 세금의 결정권을 국회에 부과했는지, 세금을 왜 혈세라 부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이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도 힘들어한다. 생물학적 회춘은 불가능해도 정신적 회춘은 가능하리라 믿으며 초겨울 마지막 잎새가 그러했듯 오늘도 멀어져가는 청소년기에 대한 기억을 힘겹게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다. 정신적 회춘을 거듭하다보면 언젠가는 청소년의 친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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