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CSI] "내가 경찰 팔을 꺾었다고?"…8년만에 벗은 누명

[the L] '유죄' 판결 후 국과수의 영상 화질 개선 기술 덕분에 재심서 '무죄'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음주단속 중인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누명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고 직장에서도 쫓겨난 A씨 부부의 사연을 아시나요? 최근 재심에서 8년 만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A씨 부부의 이야기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A씨의 억울함이 늦게나마 풀린 건 영상의 화질을 개선하는 기술 덕분입니다. 흐릿한 캠코더 영상의 화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선명하게 바꾼 것인데요. 법원은 이를 근거로 경찰관이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사건은 2009년 6월 충북 충주의 한 도로에서 시작됐습니다. 귀농생활을 계획하고 이곳으로 이사 온 A씨 부부는 숲해설가 자격증 취득 수료식을 마친 뒤 고3 아들을 태우고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때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관 B씨는 이들 부부의 차를 세웠습니다. 운전대는 술을 마시지 않았던 A씨의 아내가 잡았는데요. 이를 지켜보던 A씨가 술김에 "왜 길을 막느냐"며 욕설을 내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다른 경찰관이 촬영한 캠코더 영상에서 불거졌습니다. 이 영상에는 A씨가 차에서 내려 다가오자 B씨가 오른쪽 팔이 뒤로 꺾이며 넘어질 듯한 자세를 취한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 영상을 놓고 A씨와 B씨의 주장이 갈렸습니다. B씨는 A씨가 자신의 팔을 꺾었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B씨가 혼자 넘어지면서 장면을 연출했다고 맞섰습니다. 당시 A씨의 아들이 화면을 일부 가리고 있어서 판독이 쉽지 않았고, 결국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와 함께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게다가 A씨의 아내도 "남편이 팔을 꺾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가 위증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아내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A씨에게까지 위증 혐의가 보태졌습니다. 안락한 귀농생활의 꿈은 깨어졌고 유치원 교사였던 아내는 파면되는 일까지 겪었습니다. 

A씨는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시간은 그의 편이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영상 화질을 개선하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았습니다. 불과 몇년 사이 영상 화질 기술이 발전한 겁니다. 이를 근거로 재심 법원은 "팔이 꺾이는 장면을 확인할 수 없고, A씨의 자세로 B씨의 팔을 꺾어 상체를 숙이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재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 7명 전원이 무죄를 평결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기나긴 법정싸움 끝에 A씨는 억울함을 풀었습니다. 앞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경찰의 진술을 너무 믿었던 건 아닐까요? 기술 발전 덕에 더 많은 이들의 누명이 벗겨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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