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SOS노동법] 회사가 내민 사직서, 덜컥 적었다면…

[the L] 퇴직금 수령시 해고에 동의한 것 아니라는 점 명확히 밝혀야


회사가 사직을 권유한 경우 퇴직을 거부하고 싶다면 반드시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내심 싫더라도 근로자가 회사의 사직권고에 대해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가 돼 버린 경우 사직 표시가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로 해석돼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른 해고로 볼 수 없다는 판결(2015다211630)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A씨는 2007년부터 컴퓨터 사전점검 서비스·통신판매업을 하는 B사에서 근무해왔습니다. B사는 근로자에 의한 정보유출을 방지하고자 동의를 얻어 근로자 컴퓨터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는데, 2013년 1월 모니터링에서 A씨의 컴퓨터에서 회사 조직도 등의 자료가 발견됐습니다.

B사 경영진은 A씨가 자료를 유출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집중 추궁했습니다. 결국 B사는 A씨에게 자진 사직을 권유했습니다. 경영진은 A씨가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인사징계위원회가 개최될 것이라며 사직서 양식과 함께 '권고사직'(업무상 배임미수 및 영업비밀 유출 리스크에 대한 조치)이라고 기재된 쪽지를 주면서 이같은 내용을 사직서에 퇴직사유로 기재해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A는 같은 날 사직서 '퇴직사유'란에 회사가 요구한 문구를 자필로 기재해 제출했고, B사는 곧바로 사직서를 수리했습니다. 

이틀 후 A씨는 B사 대표에게 전화로 '사직의사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대표는 "이미 사직서가 수리됐기 때문에 사직의사를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A씨는 2013년 3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B사의 사기, 강박에 의해 부득이하게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이는 민법상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해 아무런 효력이 없고, B사가 구두로 해고통보를 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해고절차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해고사유 없이 해고통보를 한 것이어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당했습니다. A씨는 곧바로 재심판정취소의 행정소송을 내고, 동시에 같은 취지의 해고무효확인 및 복직시까지의 임금지급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민사소송에서 "B사 임원들이 '만일 사직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인사징계위원회가 개최될 것인데 인사징계위원회가 개최될 경우 심문 내용이 녹취되어 피고 회사의 전 직원에게 공개될 것이고 심문 내용 중에는 사생활과 관련된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강요했고, 이와 같은 강요에 따라 사직의 의사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이므로 이 사건 사직서의 제출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는 실질상 해고에 해당한다"면서 "이러한 해고는 사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서면으로 해고사유를 통지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고 또한 정당한 해고사유도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절차적․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A씨가 표시한 사직의 의사표시가 강요된 것이 아니고, 이에 따라 사직서의 제출에 따라 수리된 것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인 바 해고가 아니므로 그 요건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법원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했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했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면서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했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1심 법원은 여기서 B사가 A씨를 위협해 사직서 제출을 강요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1심 법원은 또 "오히려 B사가 미리 작성된 쪽지의 내용에 따른 사직서의 작성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A씨로서는 △그러한 내용의 사직서 작성을 거부하고 인사징계절차에서 징계사유를 다투는 것이 가능했던 만큼 위와 같은 요구에 응하여 사직서를 작성․제출한 점 △A씨가 위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서에 'B사의 인사징계절차에서 억울함을 해명할 절차를 요청하지 않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한 것은 인사징계절차에서 원고가 상사를 비방했다는 점이나 원고의 남녀관계문제 등이 전 직원들에게 알려져 회자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피고와 법적 다툼으로 가기보다는 원고가 재취업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던 점 △A씨가 이 재심신청서에 '실업급여를 받고 재취업하는데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일반적인 권고사직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했는데 사직사유에 기재된 업무상 배임미수 및 영업비밀 유출 리스크에 대한 조치라는 부분으로 인해 실업급여의 수령이나 재취업이 어려워졌으니 A씨와 B사 사이에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제출에 관하여 합의되었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점 등을 알 수 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A씨가 사직서를 제출할 당시 사직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했다고 하더라도 A씨로서는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득실 등을 고려해 당시 상황에 비추어 징계절차에 회부되는 대신 B사의 사직 권유를 받아들여 스스로 사직해 실업급여를 수령한 후 재취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지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역시 동일 취지로 판단했고, 대법원 역시 마찬가지로 원심의 판단을 인정해 판결은 확정되었습니다.

◇판결 TIP= 사직을 권유받은 경우 퇴직을 거부하고 싶다면 회사에 대해 명시적으로 거부나 이의의 의사표시를 해야 합니다. 회사가 퇴직금을 주는 경우 이를 수령하는 것이 퇴직에 합의해 퇴직금을 받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수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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