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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정농단 실세 최순실씨(61)에게 징역 25형을 구형하면서 지난해 늦가을부터 전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들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씨의 주변에서 국정농단을 일삼았다는 혐의가 적용된 공범들은 법정에서 줄줄이 유죄선고를 받았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씨에 징역 25년형, 벌금 1185억원, 추징금 77억9000여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안 전 수석에 징역 6년형, 벌금 1억원, 4290만원 추징을, 신 회장에 징역 4년형에 70억원 추징을 구형했다.
잇단 국정농단 사건 중 가장 먼저 법원 판단이 내려진 건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61) 사건이었다. 삼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 의결권을 부정하게 활용토록 했다는 혐의에 대한 재판이었다.
지난 6월 초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복지부 공무원으로 하여금 삼성물산 합병과정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개입하게 했다는 혐의와 홍 전 본부장이 부당하게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찬성을 지시·설득했다는 혐의에 대해 각각 유죄로 봤다.
지난달 중순 항소심에서도 문 전 장관 등에 대한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영)는 "특정기업의 합병을 목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해치고 손해를 초래했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지켜보라고 지시해 문 전 장관, 홍 전 본부장의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 사건은 현재 상고가 제기된 상태다.
7월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왔다.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로 관리해 이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다.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과정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51)은 지난 7월27일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형 실형과 징역 1년형 및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았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항소로 현재 2심 재판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2심 공판도 곧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오는 19일 결심공판을 열어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구형의견과 피고인 측의 최후변론을 듣고 내년 1월 초중순 쯤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8월에는 '세기의 재판'으로도 불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공여 사건 1심 선고가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뇌물공여자로 지목된 이 부회장에 징역 5년형 실형을 선고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21)에게 명마 등 승마지원과 최씨 측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이 '뇌물'로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20억원의 삼성그룹 출연에 대해서는 △최씨가 (미르재단 등을) 사적이익 추구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을 이 부회장이 알았다고 볼 사정이 없다는 점 △재단설립 과정은 청와대 주도로 이뤄지는 등 강압적 측면이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10월 들어서는 국정농단 사건의 흐름이 큰 변화를 맞이했다. 박 전 대통령의 1차 구속기한 만료와 이에 따른 구속영장 추가발부가 이뤄지면서부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박 전 대통령에 추가로 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 총사퇴 등 재판절차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와 여타 국정농단 공범들에 대한 판단을 함께 가져가겠다던 계획도 박 전 대통령의 보이콧 선언으로 틀어져버렸다. 이에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국선전담 변호인 5인을 배정해 지난달 말부터 공판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여타 국정농단 공범들에 대한 심리를 분리해 진행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5일 대통령 연설문 등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48)에 징역 1년6개월형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최씨의 최측근으로서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의 지분강탈 시도 등 권력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 차은택씨(48)에 징역 3년형 실형을 선고했다. 최씨의 조카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강요 및 후원금 일부의 횡령 혐의를 받는 장시호씨(38)도 이달 6일 징역 2년6개월형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최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끝나고 선고절차만 남겨둔 현재 국정농단 사건 중 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은 것은 박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사건 뿐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연일 불출석하는 가운데서도 국선전담 변호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 적용된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지만 내년 초반 선고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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