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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신제한조치 허가 위헌확인 등 공개 변론'에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이날 공개 변론은 목사 문모씨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으로, 범죄수사를 위한 '패킷감청'을 허가하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5조 2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사진=뉴스1 |
청구인 측은 패킷감청행위 및 근거 조항인 통비법 제5조 제2항 등이 통신의 비밀과 자유, 사생활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고 영장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청구인(국가정보원) 측은 현대의 정보통신환경을 고려할 때 사회안전망을 유지하기 위해 인터넷회선에 대한 감청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피청구인(국가정보원) 측은 현대의 정보통신환경을 고려할 때 사회안전망을 유지하기 위해 인터넷회선에 대한 감청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구인 문 모 목사는 지난해 3월 자신 명의로 가입된 회선에 대한 국정원의 패킷감청과 그 근거가 된 법조항이 통신 비밀과 자유,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실제 감청 대상이었던 전직 교사 김 모씨가 같은 사건에 대해 지난 2011년 3월 헌소를 제기했지만 지난해 2월 사망하면서 문 목사가 이를 대신한 셈이다.
헌재는 청구인이 사망할 경우 '심판 청구의 이익'이 없는 점을 들어 심판을 종결한다. 사망한 김씨가 인터넷을 이용한 장소는 문 목사가 운영중인 연구소였다.
◇"인터넷 감청은 불가피하지만…현 법제상 위헌"
이발 변론에선 국정원을 대리한 피청구인 측 변호인은 물론이고 청구인 측 변호인도 인터넷회선에 대한 감청이 수사상 불가피한 점을 인정했다. 방법의 문제일 뿐, 수사를 위한 인터넷회선 감청의 필요성은 인정된 셈이다.
이에 대해 강일원 재판관은 “현 기술수준으로는 패킷감청이 아닌 방법으론 감청을 못하는데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 감청이 가능한 건가”라며 청구인 측 주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청구인 측 변호인은 “국정원 등 수사기관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패킷을 분리하는 장비를 이용하거나 제3의 기관인 법원 등이 개입해 전체 패킷을 수사기관이 확보해 활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객관성이 담보되고 최소한의 방법으로 집행된다면 수사상 인터넷 감청은 허용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패킷감청의 기술적 한계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구글에서 쓰는 암호화 기술이나 국내 카카오톡 등에서 암호화가 적용된 채팅 등은 기술적으로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국정원 측은 설명했다.
패킷파일 중 감청 대상인 송수신 내역만 빼내 분석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청구인 측은 법원에서 허가받은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영장주의에 반하고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패킷감청이 전화나 우편 등 일반적인 통신수단에 대한 감청허가 요건을 명시한 통비법 제5조를 근거로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통비법 제5조 제2항은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으로 일정기간에 거쳐 송수신하는 전기통신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청구인 측은 범죄와 무관한 정보까지 수사기관에서 들여다보게 되는 패킷감청을 통비법 근거로 허가해선 안 되다고 주장했다. 패킷감청 특성상 범죄에 관련된 범위로 제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터넷회선에 대한 감청 허가는 통제수단이 없고 사후 통지도 빈약해 헌법상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는 논리다.
◇"외국도 패킷감청 허용…실시간 감시도 아냐"
반면 국정원 측은 미국·독일·영국 등 다른 나라도 인터넷회선 감청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고 강제수사에서 감청범위의 포괄성은 패킷감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편이나 전화도 마찬가지란 설명이다. 오히려 패킷복제 후 재조합, 분석과정을 거쳐 감청 내용을 제한해 불필요한 정보는 이용하지 않는다고 변론했다.
감청 대상이었던 김모씨와 실제 감청이 이뤄진 OOO평화연구소에 대한 감청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정원 측 변호인은 “북한 공작원과 연락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정황증거가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연락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감청 신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패킷감청이 실제로는 ‘실시간 감시’는 아니라는 점은 청구인 측도 인정했다. 현재의 기술적 한계로 수사시에 패킷감청 필요성은 인정되는 만큼 입법적 해결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강일원 재판관은 "입법적 해결이 되면 위헌요소가 제거되느냐"고 물었고 청구인 측은 "남용위험을 막을 수 있는 보완적 장치도 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패킷감청에 대한 별도의 적용 법조항이 없어 문제가 되는 만큼, 입법을 통해 해결하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한다는 결론이다.
헌재는 공개변론 내용과 이후 제출될 추가 자료를 검토해 패킷감청의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변론은 이진성 헌재소장 체제가 갖춰진 뒤 열린 첫 공개변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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