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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화장품 '빈병' 가져오면 신제품 교환"…불법일까?

[the L] 11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 국내 중저가 상표 화장품을 제조·판매하는 A사는 B에센스(4만2000원 상당)를 출시하면서 뷰티넷 또는 페이스북에서 신청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 외국 상표 화장품을 수입·판매하는 C사의 D에센스(15만원 상당) 다 쓴 공병을 A사의 매장에 가지고 오면 한 달 동안 B에센스 정품으로 교환해 주는 행사(이하 ‘이 사건 공병행사’)를 진행했다.

이에 C사는 A사에게 이 사건 공병행사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공병행사를 중지하라고 통보하고, 법원에 A사를 상대로 행위금지가처분 및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공정위에 A사를 신고했다.

이처럼 A사는 신제품 B에센스를 출시하면서 C사의 D에센스 공병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A사의 B에센스를 무료로 증정하는 이 사건 공병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러한 A사의 행위가 C사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반하여 과다한 이익을 제공하여 C사의 고객을 A사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할까?

◇이익제공·제공제의…경쟁 질서 저해하는 불공정 경쟁수단인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는 해당업계의 통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할 제의를 하여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그 위법성은 이익제공 또는 제공제의가 가격과 품질 등에 의한 바람직한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불공정한 경쟁수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위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익제공으로 인한 효율성의 증대효과나 소비자후생 증대 효과가 경쟁수단의 불공정으로 인한 공정거래저해 효과를 현저히 상회하거나, 부당한 이익제공을 함에 기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공정한 경쟁수단에 해당하더라고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다.

◇ 가처분 법원·1심 법원…공병행사는 ‘위법’

1심 법원은 A사의 이 사건 공병행사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하여 경쟁사업자인 C사의 고객을 A사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A사는 C사가 입은 무형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1심 법원은 △이 사건 공병행사의 대상은 A사의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나 제3의 회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제외하고 오직 C사의 제품을 구매한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점,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를 판단함에 있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이익제공자인 A사와 거래하도록 유인할 가능성이 있으면 족하고 반드시 이익제공자와 실제로 거래관계를 맺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이익 제공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고 할 것인데, A사는 B에센스를 무상 제공함으로써 원래 지급받아야 할 대금비용을 면제하여 준 점, △이 사건 공병행사로 소비자후생 증대효과와 효율성 증대효과가 현저히 나타났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 공정위·항소심 법원…공병행사는 ‘적법’

하지만 공정위와 항소심 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1심 법원과 달리, △개개인의 피부성질과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상품이 상이하고 기호성 유행성이 강한 화장품의 특성상 화장품 업계에서 다양한 샘플이나 정품 증정행사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샘플이나 고가의 정품을 무료로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케팅 수단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 △이 사건 공병행사는 D에센스 공병을 가지고 오는 소비자에게 A사 제품을 구매하여야 한다거나 D에센스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아무런 조건 없이 B에센스를 무료로 제공하여 제품 사용의 기회를 주는 것에 중점이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A사는 이 사건 공병행사의 광고문에 ‘부담없이 경험하고, 냉정하게 평가하자’고 기재하였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두 제품을 모두 사용해 보고 품질과 가격을 비교평가할 기회를 갖는 반면, 다시 B 또는 D에센스 중 어느 것을 구입할 것인지의 최종 결정은 여전히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는 점, △D에센스는 B에센스보다 약 3배 이상 고가의 수입화장품으로서 그 판매처나 구입하는 소비층이 같다고 할 수 없어 1회적으로 실시된 이 사건 공병행사로 인하여 D에센스를 구매하던 소비자가 B에센스를 실제로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공병행사, 부당한 의도로 무임승차하거나 부당한 비교광고에 해당하지 않아"

한편, C사는 A사가 가장 인지도 및 신뢰도가 높은 D에센스만을 겨냥하여 이와 유사한 이름 및 용기를 사용한 모방품을 만들어 C사가 수십 년 간 쌓아 올린 D에센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동시에 이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A사가 비교 평가 대상으로 D에센스를 선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위 제품의 인기도에 편승하여 무임승차할 의도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나아가, C사는 A사가 D에센스만을 대상으로 한 이 사건 공병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C사가 판매하는 D에센스가 A사가 출시한 B에센스와 비교하여 가격만 비싸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부추김으로써 B에센스가 가격이 저렴함에도 품질에서 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A사가 값비싼 수입화장품과 비교하여 가격이 저렴하다는 사실만을 비교하고 있을 뿐, 그 품질에 대해서는 이 사건 공병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냉정하게 평가하여 달라는 것이므로, 품질에 있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비교광고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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