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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함께 한 담합으로 과징금…M&A 손해배상해야 하나

[the L] 대법 "함께 한 담합의 사후 적발, 미래 과징금까지 예상했다고 볼수 없어"

임종철 디자이너

거래에서는 미래 시점의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M&A(인수합병)에서 '진술보증조항'을 두는 것고 그래서다. 현재 시점에서 예상할 수 없는 특정 리스크가 발생할 때 생기는 부담을 매도인과 매수인이 미리 적절히 배분하기로 약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거래 당사자 일방이 해당 리스크의 내용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경우 해당 진술보증조항의 효력을 얼마나 인정해야 할지 문제가 될 수 있다. M&A 이전에 피인수기업과 함께 담합을 벌였던 사실이 사후적으로 적발된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진술보증조항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 사건(2015년 10월15일 선고, 2012다64253)을 소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4월 한화 측이 보유하고 있던 인천정유(옛 한화에너지)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8월 주식대금을 치른 후 해당 지분을 넘겨받았다. 

현대오일뱅크는 한화 측으로부터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일, 주식 양수도 실행일에 인천정유가 일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 △이와 관련해 행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거나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 등이 진실하다는 보증을 받았다. 또 이같은 진술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 현대오일뱅크와 인천정유가 손해를 보게 되면 한화 측이 500억원 한도에서 보증위반과 관련한 손해를 배상하기로 약정(진술보증보장)을 맺었다.

문제는 주식양수도 계약이 체결되기 전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현대오일뱅크가 직접 인천정유와 담합을 벌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현대오일뱅크와 인천정유는 1998~2000년 기간 SK, LG칼텍스(현 GS칼텍스), S-Oil 등과 군납유류 입찰과 관련한 담합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담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와 한화 측은 인천정유 지분에 대한 M&A 거래를 진행한 것이었다.

이같은 담합사실은 2000년 적발됐고 공정위는 현대오일뱅크와 인천정유에 총 475억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와 별도로 정부가 당시 담합에 가담한 정유사들을 상대로 158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정유사들이 연대해서 81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2002년 8월 한화 측에 인천정유 M&A 계약 당시 보증한 진술과 다른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을 이유로 323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 323억원에는 인천정유가 공정위에 납부해야 했던 과징금 132억원에 정부에 지급해야 했던 손해배상금 182억원, 그리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야 했던 변호사비용까지 포함된 금액이었다.

1심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일부 승소해 한화 측이 8억여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피고인 한화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 양수도계약 체결 당시에 이미 해당 진술과 보증조항의 위반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원고가 계약협상이나 가격산정시 해당 위반사실을 가격산정에 반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가 뒤늦게 양도인인 한화 측에 위반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의 이념,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가서 재차 뒤집혔다. 2015년 이 사건을 맡은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공정위가 이 사건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것은 이 사건 주식양수도 계약의 양수도 실행일 이후로 원고가 계약체결 당시 공정위가 인천정유에 이 사건 담합행위를 이유로 거액의 과징금 등을 부과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담합행위를 알고 있었고 이 사건 담합행위로 인한 공정위의 제재 가능성 등을 양수도 대금에 반영할 기회를 가지고 있었다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점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가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상의 책임을 공평의 이념 및 신의칙과 같은 일반원칙에 의해 제한하는 것은 자칫하면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하여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건은 원심법원인 서울고법으로 넘어가 올해 1월 하순 한화로 하여금 현대오일뱅크에 1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파기환송심)로 이어졌다. 이에 현대오일뱅크 측은 재차 상고를 제기했고 이 사건은 2017년 12월 하순 현재 대법원 민사3부에 계류돼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관련조항
민법 제2조(신의성실)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민법 제105조(임의규정)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법령 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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