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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둘이 지내는데 구속만은"…부모의 죗값 받는 아이들

[the L] [Law&Life-남겨진 아이들 ①] 수감자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 2만2000명…"컨트롤타워 구축해야"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제가 현재 아이와 둘이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는데 제가 아이를 두고 어디로 도주하겠습니까. 그간 검찰에 협조한 것과 재판에 성실히 임한 것을 감안해서 구속만은 면해주세요. 아이를 혼자 두게 하는 게… 머리가 하얘져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 점을 참작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달 6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법정에서 구속되기 직전 흐느끼며 한 말이다. 그러나 간곡한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곧장 구치소로 이송됐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3조 3항이다. 국정농단에 관여한 장씨가 응분의 죗값를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의 아이까지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희생을 감내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수감자 자녀들이 부모의 부재,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에 고통받고 있다. 부모의 죗값을 아이가 나눠지는 셈이다.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큰 문제는 못 만나는 마음의 아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이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 '수용자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부모가 수감 중인 미성년자의 수는 약 2만2000명에 달했다. 또 수감자 가정의 11.9%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을 받는 극빈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평균 수급 비율인 2.3%의 5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부모가 수감되면 미성년자들은 대부분 "어떻게 먹고 사나"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고 한다. 부모 중 한 쪽이 수감되는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부분 친족들에게 보내진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 중 일부는 비행 청소년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도 한다. 악순환인 셈이다.

아이들에게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큰 고통은 부모를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데서 오는 마음의 아픔이다. 이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평생 정서적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다. 3년째 수감자 자녀를 지원하는 일에 힘써 온 이경림 세움 상임이사는 "죄를 지은 부모는 자식들을 볼 면목이 없을 것이고 아이들은 부모를 원망할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뭐가 뭐래도 가족"이라며 "아무리 큰 죄를 지었어도 부모는 부모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고, 자녀는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수감자 부모를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미성년자가 어른의 도움 없이 전국 각지에 있는 교도소나 구치소에 찾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감자들은 한달 3∼5회, 각 15분씩만 접견이 가능하다. 수감자 가족에 한해 접견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가 있지만 교정당국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감자 자녀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수감자 자녀의 인권 문제에 대한 공론화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다. 아직 수감자 자녀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데 대한 법이나 제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정책이 수립돼야 체계적인 제도가 도입될 수 있는데, 지금은 소관 부처조차 명확하지 않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들의 긴밀한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제한적이지만 일부에선 수감자들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한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교정당국이 2012년 도입해 운영 중인 '가족사랑캠프'가 대표적이다. 전문가 지도 아래 수감자와 가족이 각종 심리치료 등을 함께 받는 것으로,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법원 양형 기준에 피고인의 미성년 자녀 유무를 포함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할 때 미성년 자녀 양육 여부를 고려하도록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어린 아이를 기르는 피고인에게 가벼운 형을 선고한다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충분히 사법부가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감자 자녀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상임이사는 "수감자 자녀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아직까지도 '자식 소중한 것을 알면 죄를 짓지 말았어야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라며 "그러나 부모의 죄는 결코 아이의 죄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감자 자녀를 가해자의 자녀가 아닌 피해자로 여기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수감자 자녀의 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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