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최근 계정 통합관리 서비스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 수천만건을 빼돌린 뒤 서비스 운영업체에 5억원 상당의 가상통화를 요구한 중국 국적의 조모씨(27)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조씨는 빼돌린 개인정보를 활용해 지난해 8월 가상통화 거래소를 이용하는 피해자 2명의 비트코인 2.1개(당시 시세로 약 800만원)를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조씨가 비트코인을 훔친 행위에 대해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가상통화를 훔친 행위에 대해 형법에 규정된 절도죄나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조계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재물로 볼 수 있는지, 가상통화를 얻은 것을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볼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아직 전혀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통화의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피해액이 얼마인지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재산 관련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의 경우 피해액이 얼마인지가 양형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조씨가 비트코인 2.1개를 훔칠 당시의 시세는 약 800만원이었지만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한국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 기준으로 비트코인 2.1개는 약 4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범죄수익인 가상통화를 몰수할 수 있는지도 논란 거리다. 이에 대해 조만간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다. 수원지법은 오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모씨(33)에 대해 항소심 선고를 내린다. 그는 120만여명의 회원을 둔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용료 등으로 19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당이익에는 비트코인 216개도 포함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비트코인 역시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형법상 범죄로 인해 취득한 물건은 몰수하되 몰수가 불가능한 수익은 그 가액을 추징하게 돼 있다. 안씨 범행 당시인 지난해 4월 기준 216비트코인은 약 5억원 상당이었지만 현재는 40억여원에 달한다. 검찰은 1심 결심 공판에서 216비트코인을 몰수하고 14억7000만원을 추징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안씨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3억4000만원을 선고했다. 안씨 계좌에 있는 돈 중에는 그가 적법하게 인터넷 쇼핑몰 등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이 포함돼 있어 전부를 범죄수익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는 216 비트코인 중 위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트코인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안씨의 항소심 선고에서 비트코인을 몰수나 추징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만약 2심 재판부가 비트코인을 추징이나 몰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가상통화의 법적 가치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 등 방침이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의 고민이 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가상통화는 주식이나 채권과도 그 성격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가상통화의 법적 정의를 정하고 그에 수반된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은 결국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