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민간인 불법사찰 '입막음'에 썼다는 혐의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17일 구속되면서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전면 재수사는 하지 않고, 국정원 자금과 관련된 부분만 추가 수사키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19일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여부에 대해 "검찰이 이미 두차례나 수사한 사건을 재수사하지는 않는다"며 "국정원 자금의 행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확인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지금은 국정원 자금이 전달된 경위와 사용처 등이 수사 대상"이라며 "그것을 둘러싼 전제사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확대 해석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 5000만원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입막음'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란 이명박정부 당시인 2008년 7~10월 민간인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 '식코'의 패러디로 이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쥐코' 동영상을 올렸다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과 사임 압력을 받은 끝에 대표 직에서 물러난 사건 등을 말한다.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는 대신 수사 범위를 좁게 설정한 것은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적용될 수 있는 혐의인 강요죄와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로 사실상 중단됐음에 비춰볼 때 실질적으로 공소시효가 지난 셈이다. 기소 등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수사는 어려운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 도과 여부는 법리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입막음과 자료 삭제 등 증거인멸의 경우 일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수사할 여지가 남아있다.

또 이미 두차례나 검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찰 스스로 다시 전면 수사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이 전 대통령이 17일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한 터에 민간인 불법사찰에까지 3차 수사에 나설 경우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비쳐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검찰에 대한 보수 야권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다음달 9일 국가적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대규모 수사에 착수하는 것도 검찰 입장에선 부담이다.

검찰은 2010년 1차 수사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한 민간인 불법사찰이 실제로 있었음을 확인하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관련자 3명을 형법상 강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증거인멸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검찰은 2012년 2차 수사에 착수, 공용물건손상 교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