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 사진=홍봉진 기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6억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명목으로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재판에 국선변호인 2명이 배치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정원일 변호사, 김수연 변호사 등 2명의 국선변호사를 배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부터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의 재판에서도 별도로 5명의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본인의 구속기간 연장 이후 기존 사선 변호인단의 총사퇴를 결정하고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혐의는 1억원 이상을 수수한 자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사형이나 무기징역, 단기 3년 이상 징역·금고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의 재판은 반드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법령에 따라 재판부가 직권으로 박 전 대통령에 국선 변호사를 배치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심복으로 꼽히는 유영하 변호사는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이달 초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추가로 기소된 직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36억5000만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상납받아 대부분을 삼성동 사저관리, 기치료비, 측근에 대한 명절비·휴가비 등 개인 용도로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본인에 대한 뇌물공여자로 지목된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과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이달 초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며 박 전 대통령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매각하고 새로 사들인 서울 내곡동 자택과 유 변호사에게 별도로 맡긴 30억원 규모의 수표가 추징보전 대상이었다. 국정원 특활비 재판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박 전 대통령 명의의 재산을 묶어두고 추후 유죄가 확정될 때 이를 추징하기 위해서다.

이에 법원은 지난 12일 자택과 수표에 대한 추징보전 명령을 내리고 재산 동결에 착수했다. 유 변호사가 본인에 맡겨진 수표를 다시 박 전 대통령 명의의 계좌로 입금했는데 법원은 검찰이 재차 청구한 추징보전명령 청구를 받아들여 이 계좌에 대해서도 동결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