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강요미수 2회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조 전 수석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선고 시기를 맞추기 위해 선고 일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수석이) 지위와 권한을 위법하게 사용해 CJ그룹이 만든 문화 콘텐츠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 오너 퇴진을 강요한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범법 행위를 했다"며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릴 필요가 크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또 "실제 CJ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명백한 사실관계 앞에서 피고인(조 전 수석)은 CJ를 위하려 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CJ에 이 부회장 퇴진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조 전 수석과 독대한 자리에서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 CJ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조 전 수석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손 회장이 수차례 '이 부회장의 퇴진이 박 전 대통령 뜻이냐'고 묻자 "확실하다. 너무 늦으면 저희가 난리가 난다. 수사까지 안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전 수석에게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전달받은 CJ는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방송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보수 성향의 영화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조 전 수석은 최후진술에서 "정권 초기 대통령이 CJ에 대해 곱지 않은 생각을 느끼고 안타까웠다.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갖게 해주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했다"며 "나름대로 조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CJ에 위해가 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업 활동에 도움될 일이 있다면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34년 공직 생활이 이렇게 허망하게 마무리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 측은 현재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아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재판 출석을 위한 귀국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